김선우 - 물밑에 달이 열릴 때 창작과 비평사 2002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평화롭고 완벽한 느낌의 낮잠.
많은 이들은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고통스럽던 기억의 편린으로부터 자기 생의 팔할을
이미 완성합니다. 그리고 그 극단의 추억은 유소년기를 거치면서 흔히 가장 왕성한
에너지로 자신의 무의식에 각인되곤 하지요. 의식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한 인간의 가장 내밀한 지향,
혹은 내밀한 거부의 근원에는 이 추억의 힘이 있다고 나는 종종 생각합니다. 그것은 로고스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이며 언어로 표현할 방도가 없는 원체험의 세계이지요.
"진리는 다만 적으로, 부정하는 자로 나타난다. 벗으로, 인정해주는 자로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다.
진리는 악마 같은 무엇이다. 만일 그것의 악마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진리의 한쪽 면만 보고 그것의 파괴적인 성격을 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진리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무념무상의 선정에 들어 무(無)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보다 더 그릇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와 같이 들었노라- 마이다 슈이찌
"사람을 의지처로 삼지 말아라. 오직 다르마(法)를 의지처로 삼아라"-붓다-
때로 괴로운 책읽기가 필요하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어떤 두려움이 문득 내 영혼을 찔러오고,
나는 듣는다. 홀로 선 자의 길을 가라. 혼자서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