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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재개정판 5쇄 본
절망에 관한 悲歌라고 하겠다. 적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위치도 바꿔야 하는 고독한 장수의
내면일기라고 하겠다. 다만 그 사내가 '우리의 이순신'일 뿐이라 하겠다.
기자로 단련된 김훈의 문장은 짧지만 명확했다. 명확한만큼 경쾌했다. 그럼에도 절망의 무게와
깊이는 있는 그대로 전달됐다.
워낙에 떠들석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단지 그 이유로 손이 가지 않던 작품이었다. 명작이나
고전을 잘 보지 않는 건 이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다. 여하튼 y군의 강권아닌 강권에 의해 졸지에
읽게 됐다. 결과적으로 y군의 권유는 나쁘지 않았다(차마 좋았다 라고 쓰는게 내키지 않는 게
내 성격이니 어쩌랴).
왜적이라는 외부의 적과 임금을 비롯한 조정이라는 내부의 적을 목전에 둔 당대 이순신의 절망의
완성은 죽음밖에 없었을 것이다. 퇴각을 결정한 왜적을 두고 이순신 앞에 닥친 세상의 부조리와
전란의 공허를 읽으며 영화 밀양이 생각났다. 이미 용서 받았다고하는 범인에 대해 아직 용서하지
못한 이신애(전도연)가 교회에서 감정에 복받쳐 주체하지 못하던 그 장면 말이다. 세상은 언제나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고 무심하다는 것이 진리같다.
노래이긴 하나 그 노래가 무한히 슬프다면 이미 노래가 아닌 슬픔 그 자체다. 칼이 품어야 하는
무한한 슬픔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무참하게 써내려간 작품을 따라 읽어 내려 간 그분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생각해보니 이 작품은 그 어떤 위무도 담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 슬프면 더 슬픈
노래가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말처럼 그분 역시 무한한 슬픔과 절망을 다독이기 위해 이 작품을
읽은건 아닌가. 어디에서도 대답을 들을 수 없고 답해줄 수 없는 당신이 되신 그분이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