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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공부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인문학 공부법
윌리엄 암스트롱 지음, 윤지산.윤태준 옮김 / 유유 / 2012년 1월
평점 :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말처럼 “공부에 왕도는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너무 맥빠진 결론에 우울해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서 공부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게 단순히 시험 공부든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공부든 어떤 목적이든 상관없다. 윌리엄 암스트롱의 ‘단단한 공부’는 이 명백한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 밑줄 짝 쳐라. “공부는 힘들다!”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만한 결론이다. 과정은 힘들지만 결론은 언제나 달콤하다. 이 책은 공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백가쟁명의 공부법이 난무하는데 이 책은 어떤 미덕을 지닐까. 그저그런 책이 될 수도 있었을 이 책의 가치는 1장에 있다. 1장 제목은 ‘듣는 법’이다. 말 그대로 잘 듣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힘든 공부법으로 듣는 법을 꼽는다. 가장 빠르고 쉽게 배우는 공부 노하우로 듣기를 꼽지만 가장 숙달하기 힘들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는 혼자 연습할 수 있지만 듣기는 항상 청자가 필요하다. 그 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속도에 맞춰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 혹시 수업시간에 선생의 말에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듣기부터 배워야 한다.
이 책에서 후반부의 외국어, 수학, 역사, 시험공부하는 방법은 전반부의 공부의 기본기를 익힌다면 어렵지 않다. 공부도 다른 일처럼 기본기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기본기부터 공부에 필요한 도구, 점검과 연습을 거친다. 한국어판 제목에 딸린 부제처럼 이 책은 ‘내 삶의 기초’로 공부법을 강조한다. 평생 학습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공부의 기초를 배우는 데 이 정도의 시간투자는 아깝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한국어판 부제처럼 공부가 인문학만을 위한 도구일 리 없다. 그렇다면 번역의 부제는 책의 성격을 잘못 가리킨다. 원제 어디에도 인문학을 위한 공부법으로 이 책을 썼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기획자가 끼어 맞춘 듯한 문구와 책 뒤편 안쪽 표지 추천독자로 ‘수능과 논술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이란 문구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책의 내용과 별개로 한국에서 공부가 어떻게 여겨지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첨언
이 책을 보며 내용과 형식을 생각한다. 내용은 좋다! 하지만 형식은?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디자인이 꽝(?)이다. 재생지를 사용했건 무엇을 사용했건 간에 좀 더 예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좋은 책을 읽고 괜히 투정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