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폭사회 -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김태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보면 이빨을 드러내며 싱긋 웃는 체셔 고양이가 등장한다. 채셔 고양이는 앨리스를 포함해 모두가 미쳤다고 말한다. 앨리스가 미치지 않았다면 이상한 나라에 오지 않았을 거라는 묘한 답변을 남기며 이 고양이는 사라져 버린다. 김태형의 ‘불안증폭사회-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는 ‘미친’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춰준다. 저자의 역할은 체셔 고양이처럼 이 미친 세상을 독자에게 상기시키는 일이다. 앨리스야 미친(?) 이상한 나라에서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벗어났다고 하지만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도망칠 곳은 없다. 한국이란 현실은 꿈을 꿀 수도 깰 수도 없는 곳으로 불안이란 보이지 않는 분위기로 우리를 옥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_채셔고양이

 이 책은 주변에 퍼진 ‘불안’이란 키워드로 한국사회 문제를 심리학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한국사회에 퍼진 불안증폭의 원인으로 뽑은 심리코드는 9가지이다. 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 등이다. 심리코드에 맞춰 한국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게 저자의 목적이다. 여러 키워드에 맞춰 한국사회에 퍼진 불안증폭을 분석하지만 모든 원인은 하나로 수렴된다. 그 출발은 1997년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이 가져온 사회변화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한국인에게 끼친 정신적 충격은 무한경쟁, 안전지향의 극단으로 요약된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의 충격은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가 지적하듯 폭력은 한국인의 마음에 커다란 외상을 남기고 여전히 맹위를 발휘한다. ‘내일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희망을 붙들고 싶다!’는 홍보문구는 지금 우리의 소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에게 희망의 좌표를 제시하기에 중량감이 턱없이(?) 부족하다. 불안의 징후를 찾아 이러저러하게 열거하고 원인을 얘기하지만 거기까지이다. 3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해법이라고 해봤자 ‘인간관계의 회복’, ‘건강한 공동체’, ‘사람이 중심되는 사회’이다. 이들은 앞서 9가지의 키워드 아래에서 저자가 되풀이하던 주장이다. 게다가 그 대안이라고 제시한 해법이 도돌이표 이야기에 불과하다. 저자의 고백처럼 ‘서둘러’ 써 그랬던 것일까? 
  

 아울러 이 책에서 사족처럼 붙어있는 에필로그는 저자의 경력, 심리학박사라는 타이틀에 비추어 볼 때 함량미달이다. 저자의 외침처럼 심리학자가 한국사회에 대한 자기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주장에 딴지를 걸고 싶지 않다. 요즘처럼 좌표를 잃고 흔들거리는 사회에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데 마다할 이는 없다. 그러나 저자가 주류 심리학 특히, 진화심리학이나 환원주의적 이론에 제기하는 반론은 직접적으로 해당 이론의 논증을 겨냥하지 않는다. 곽금주 선생이나 김정운 선생이 기고한 칼럼에 등장하는 진화심리학적 주장에 딴지를 걸 뿐이다. 칼럼에 등장하는 단편적인 스케치를 가지고 해당 이론을 물고 늘어지는 저자가 이해되지 않는다. 기존 심리학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에필로그에 담기보다 저자가 다른 책으로부터 이를 논의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김태형의 ‘불안 증폭 사회’는 한국사회의 현재를 잘 스케치한다. 시기적절하게 ‘불안’이란 키워드를 선택했기에 독자에게 호응을 이끌었을 것이다. 나조차 프레시안에 김태형과 우석훈이 나눈 대담에 이끌려 이 책을 골랐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한국인의 마음을 심리학적 맥락에서 설득력 있게 다루기 위해선 저자의 감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험적인 관찰 내지 통계가 더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불안을 벗어나긴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불안’이란 현상이 아니라 꿈에서 탈출하기 위한 약이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제시한 알약처럼 우리를 탈출하도록 도와줄 처방말이다. 판도라 상자에 놓인 희망만 가지고 살기에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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