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커뮤니티에 대해 끄적이다...

이런 류의 넋두리를 늘어놓게 될 때, 자칫하면 신파에 빠질 수도 있기에
자기검열을 제법 하는 편이다. 비도 내리고 간만에 감상적이 되는 탓도
있지만, 사실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것 중 하나가 그것이다.

내가 알라딘에 무엇을 얼마나 요구하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고민인데
알라딘 서재가 좋지만, 가끔 이곳을 떠나고 싶다거나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알라딘 서재가 좋은 건, 이곳이 적당한 온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들이 겨우내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적당한 거리가 이곳에 있다.
가끔 좌파도 좋고, 진보도 좋고, 개혁적인 것도 좋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알라딘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비교적 균일한 계층 구성을 보이는 것처럼
이곳에 모인 이들도 거칠게 말하면 쁘띠 부르주아지들이다.
큰 부자는 아니어도, 그렇다고 당장 오늘내일 끼니 걱정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그 같은 중산층 사람들이 보이는 계층적 특성이 알라딘 서재엔 있다.

알라딘 서재에 모인 사람들의 계층적 분석을 세밀하게 시도해보진 않았더라도
올라오는 글들로 분석해보면 알라딘 서재에서 나름 활동하는 이들의 성분은
적당하게 살만한 사람들이고, 전문교육을 받았거나 현재 전문교육을 이수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를 이룬다고 보인다.

책을 주된 매개로, 설령 책이 주요콘텐트가 아니더라도 페이퍼에 올라오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지식과 교양의 수준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편이다.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쇼핑몰이라 할 수 있는
알라딘 서점의 커뮤니티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진다.

가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냉혹하게 바라보았을 때, 대개 그들은 소수의 매니아(동료)들을 거느리거나
그와 같은 매니아를 구축하지 못한 이들은 도태되거나 스스로 발길을 끊게 된다.
그런 흐름이 실제로 알라딘서점의 이용 자체를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빚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알라딘이 좋은 것은 일단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적당하게 유지되는 거리가
주는 편안함에 있다.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므로 책임져야할 구성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오늘 제가 약 먹었나? 오늘 생리라니? 하는 이도 없다.
그것도 따지고보면 중산층적인 적당한 예의와 내숭의 결과물이긴 하다.

초딩, 중딩들이 많이 모인다는 '웃대'란 곳이 있고,
논쟁을 즐기는 이들이 즐겨찾는다는 다음 '아고라'가 있듯
알라딘 서재가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의 캐릭터는 또 그런 곳에 있다.
노동자는 포장마차에서 연탄불 위에 곱창 구워먹으며 참이슬을 털어넣어야 한다는 식의
이미지에 매몰되는 것이 착각이듯 그렇다고 알라딘 서재 구성원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거나
뭔가 남다른 노동자란 말은 아니다. 다시말해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이들이라거나 하는 오해는
받을 필요가 없단 말인데...

난 가끔 알라딘 서재란 커뮤니티에 대해 느끼는 편안함에 비례해서
이곳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불편하단 생각이 든다.

이곳이 서점 이용량에 비례하는 서열구조를 내면화하고 있다거나
(예를 들어 마이리뷰, 리스트 등등)
이곳의 기본 콘텐트가 리뷰라는 점 등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 있겠으나
최근 진화해가는 웹 블로그의 사용자의 조작성, 편의성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 다른 블로그...
예를 들어 네이버 블로그의 리뷰로그 코너를 활성화해버릴까? 와 같은 고민들도 해본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이 구축한 커뮤니티가 주는 편안함을 버릴 수가 없어서 주저하게 되곤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알라딘을 훌쩍 뜰 수 없게 한다는 거다.

뭐 결심만 한다면... 훌쩍 떠 버리는 일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지만...
그 보다는 먼저 알라딘 서재가 사용자 중심으로 좀더 이용하기 편안한 곳으로 바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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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3-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블로그를 잘 몰라서....^^;;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알라딘을 훌쩍 뜰 수 없게 한다는 거다."
ㅎㅎㅎ 좋아요, 좋아.^^

2007-03-2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2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런칭했어야할 서재2, 언제 된다더라, 무튼,그 기능 잠깐 보여줬었는데, 다른 블로그 정도는 되는 것 같더라구요.

바람구두 2007-03-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난 안 올라간 줄 알았는데...
올라가 버렸네...

2007-03-2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3-21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니까..사용자중심으로 바뀌어서 여기서 쭈욱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 말씀이신거죠? 동.감.^^

마늘빵 2007-03-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기다려보세요. 알라딘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니. 바람구두님 덕에 이런저런 이야기들 많이 접하고 있는데 가심 아니되어요.

마립간 2007-03-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그리고 바람구두님에게 부탁 하나 해도 될찌. ^^ 저의 서재에 대한 탐구를 듣고 싶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평가 부탁드립니다.

해적오리 2007-03-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가요.. 전 다른 이유로 서재를 계속 유지할까 고민중인데...암튼 제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미달 2007-03-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혹은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도 써보고 있지만, 알라딘을 계속 쓰게 되는 이유는, 쓰던거니까........
뭐 옮기면 모든 자료를 옮겨야 되니 귀찮아서 계속 사용하지요.^ㅡ^

로쟈 2007-03-2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발을 빼기엔 엉덩이가 너무 무거워진 감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익숙해진 공간이기도 하고. 물론 저도 꿈꾸는 건 언젠가 이 공간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지만서도...

짱꿀라 2007-03-2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서재가 사용자 중심으로 이용되어야"한다는 말에 많은 공감이 들었습니다.

가을산 2007-03-2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생리라니? 허허,

2007-03-22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3-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용자 중심을 기대하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개발자 중심(?) 이 편해졌다죠.
택배가 느려도, 책이 훼손되도, 인터페이스가 불편해도 다 좋은 게 좋은거니까요 ;)
아프님 말이 근거 있는 말씀이라면 한 번 기대해 볼만 하겠네요 :)

ceylontea 2007-03-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말해 사람들까지 통째로 옮겨갈 수 없다는 현실'에 공감.. ^^

클리오 2007-03-2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서재가 편한 점이 뭔가 정리가 잘 안되었는데, 공감이 가네요....

바람구두 2007-03-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 다른 데 안 가서 좋은 거란 말인감? 흐흐...

11:24님 : 저는 소통을 중시하는 편인데도 다른 분 서재를 자주 찾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더 많은 이야기 나눠요.

하이드in홍콩 : 글쿤요. ^^

마태우스 : 히히, 비밀글을 즐겨사용하는 마태님! 저는 미녀가 아니니 공개 댓글 쓰셔도 되요. 마태님이 돌아오셨으니 저는 소임을 다한 거라구욧~ 버럭버럭.... 제가 마태님이 계시므로 못 간다는 건 어찌 아셨어요. 그런데 이곳을 못 뜨는 이유는 사실 마태님을 감시하기 위해서란 거 모르셨죠. ^^

비연 : 누가 떠난다면 못 떠나게 바짓가랑이 붙드는 것도 다른 블로그에선 드문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인 듯 해요.

아프락사스 : 혹시 아프님은 알라딘의 알바? 그렇다면... 지니님인가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흐흐

마립간 : 음, 그러고보니 마립간님도 M으로 시작되는군요. 그런데 마립간님 서재 탐구를 하면 혹시 논쟁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흐흐.... 농담이구요. 언제 기회 닿을 때 노력해보겠습니다. 꼬옥~

해적파시오나리아 : 그래요... 생각이 정리되는 대로 페이퍼 부탁할 께요.

미미달 : 그런 문제도 있긴 하죠. 그런데 그것도 어케 해주는 프로그램 있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로쟈 : 거, 차나 한 잔 하시자니깐요. ^^ 어디 괜찮은 블로그 섭외해서 엑소더스라도 해볼까요? 크크...

santaclausly : 공감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가을산-FTA안돼! : 남자도 주기상 그 비슷한 거 있을 듯 해요. ^^

체셔고양2 : 체셔님은 뭔가 별종인 듯 한 느낌이 강렬하게 드네요. 왜 그럴까? ㅠ.ㅜ

ceylontea : 그렇죠. 실론티님을 통째로 옮겨갈 수 없는 현실...

클리오 : 예찬이 엄마! 나 잘 한 거야?


체리마루 2007-03-2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의미로 살짝 찔렸어요 -_-; 그놈의 땡스 투 때문에, 인기 높은 서적에 리뷰를 적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뭐 공감하고 싶니 어쩌니 감동받니 그런 거창한 서재문구 지워버렸어요 -_-; 네이버 블로그가 활성화는 참 좋은데......주절주절이긴 하지만, 알라딘엔 참 대단한 분들이 많으셔서 본받게 됩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07-03-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제가 왜 "강렬하게" 별종으로 느껴지세요?
하핫- 저도 정말 궁금한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