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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와 마녀와 옷장..어릴 적 친구집에 있는 오렌지 색 장정의 하드커버에 써있던 제목이다.엄마가 졸라도 안 사주던 전집중의 하나였다.사실 안 사주실만도 했다.왜냐하면 그 전집중 대부분은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전집중에 있는 ,중복되는 책이었던 것이다.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미련이 남은 나에겐 상상력을 일으키는 코드였었다.분명히 옷장 속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데 사자와 마녀가 어떻게 엮이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몇해 전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수 있는 기회가 왔다.세월이 흘러 흘러 내아들이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그 책을 발견하는 순간, 아, 아직도 이책이 있구나,하며 감격을 했었다.아들보다 더 열심히 읽으며 작가인 C.S.루이스의 이름을 머리 속에 새겼다.예전에 100m 달리기 선수인 칼 루이스가 연상되니 금방 외워질수 밖에.그러나 그때 읽을 땐 생각보다 재밌다기 보다는 오래된 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기독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었고.아마도 머리가 굳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고.

오늘은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다.이번엔 시리즈로 보게 되었다.시리즈로 보니 해리포터 시리즈 못지 않게 짝짝 들어 맞는 퍼즐 같은 얘기에 도저히 다음편을 보지 않고는 못견딜 만큼 흥미진진했다.마법사의 조카,사자와 마녀와 옷장,말과 소년,케스피언의 왕자....아직도 나니아 나라 이야기가 끝나려면 3권이 남아있다.하루종일 그 책을 목타는 갈증을 해결하듯 허겁지겁 읽으며,새삼 환타지에 열중하는 나를 발견하여 행복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과는 친구 사이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이 톨킨의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 아들은 호빗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아직 호빗을 안 읽은 나로서는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저녁을 먹으며 어릴때 읽었던 영국 동화 속의 요정,거인,난쟁이,켄타우로스들의 이야기를 남편과 아이들과 나누었다.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영국작가인 루이스의 글이나 톨킨,조앤 롤링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요정의 세계가 너무 궁금해서 방하나를 영국이라고 꾸며놓고 인형과 아름다운 그림책을 펼쳐서 나름대로 인형집이라고 꾸며놓고 엄마에게 치우지 말라고 했던 일이 떠올라 새삼스레 미소가 지어졌다.환타지에 빠져 꿈꾸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오즈의 마법사,나니아 이야기,호빗,반지의 제왕,해리포터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아직 못읽은 책들은 꼭보고 비교해 보리라. 올해가 가기전에 해야겠다.

 

사족..교회에서 빌려왔는데..같이 빌려온 무라까미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는 지금 내 침대 옆에서 먼지를 쓰고 뒹굴고  있다.한때 미친 듯이 읽었던 하루끼는 왜이리 읽기가 싫은 걸까.앞장을 펴봐도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가 하는 의심 마저 드니...하루끼도 묘한 흐름으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소설을 쓰고 있지만 루이스에서 하루끼는 아무래도 너무나 많은 갭이 있다.

또 사족..글을 쓰고 쭉 읽어보니 넘 재미없게 썼다.책은 무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겨우 이따위 글이나 쓰다니.아무래도 내가 나니아 나라에 너무 빠져 머리가 멍한 탓이라고 돌리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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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현경아. 재밌게 읽었어. 근데 사족으로 왜 그리 자학을 하시는고.. 재밌어 니 이야기.

울 엄마는 빨래의 여왕이셔. 내 방이 아무리 정리안 된 것 같아도 내 나름으로는 제 위치를 정해놓고 있는 건데 엄마는 내가 학교 간 사이 엄마 방식대로 무자비하리만큼 깨끗하게(!) 방을 치워놓으셨어. 그러면 학교 갔다온 나는 엄마에게 막 신경질 부렸고... 그러면 울 엄마, 나, 참, 기가 막혀, 그러면서 어쩌구 저쩌구 투덜거리셨지. 욕은 안 하셨지만, 지 손으로 빤스 한장 안 빠는 년이 어째 치워줘도 지랄이야, 그 정도 의미였을 거야. 영국이라고 정해놓고 꾸몄었다는 너의 방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릴 때의 그, 지저분하나마(?) 아늑하고 안락했던 공간에서 꾸던 꿈들이 막 생각난다..

sungcho 2004-03-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좋다...
이렇게 나이 먹고도,먹었다는 표현이 좀 우스운가? 아무튼 이 나이에도 글을 쓰고 서로 읽어주고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서로 늙어가면서 다시 어려지는 느낌이야, 말이되나?
컴퓨터가 더러는 사람들을 버려놨다고도 하지만 우리에겐, 적어도 나에겐 많은것을 배우고 공유할수있는 계기가 되고 무엇보다도 그냥 늙어만 가지않고 성장하는 느낌이야,.
현경이 어릴적 예쁜방, 그리고 영선이의 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깨끗하게 치워진방... 모두 가보고싶다, 갑자기...

비로그인 2004-04-0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urence Cleyet-Merle
자주 가는 웹사이트 illustrationweb.com에서
찾은 그림.
보면 기분이 좋아져.


psyche 2004-04-0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릴때 바로 이책을 읽고 맨날 동생이랑 옷장속에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단다.나도 이 책이 내 친구꺼였는데 아마도 내가 더 많이 읽었을꺼야..
우연히 지윤이 학교 북페어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지윤이 한테 권해주니 정신 없이 읽고는 그 나니아 씨리즈를 다 읽더라..나? 난 영어로 읽자니 고달파서 사자와 마녀와...만 읽고 말았지...

좋은사람 2004-04-08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나니아 이야기 50주년이라네..안그래도 나두 이거 영어 씨리즈로 하나 구입해야겠더라..읽느라 무지 몸부림을 치겠지만 ㅎㅎㅎ
와우 영선이 그림 ,,컬러풀하네...근데 저사람 발은 어디에 있을까?
신발속에 있어 보이지가 않다..부피는 크지만 풍선처럼 가벼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할아버지. 시가 없어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 밖에는."

"시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살기가 불편했을 지도 모르지.그렇지만 지금보다 살맛이 있었을 거야."

" 살맛이 뭔데요? 그것은 초콜릿 맛하고 닮은 건가요? 바나나 맛하고 닮은 건가요?"

"그건 몸으로 본 맛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보는 살맛하고는 비교를 할 수가 없지.살맛이란, 나야말

로 남과 바꿔치기 할수 없는 하나뿐이라는 나라는 것을 깨닫는 기쁨이고,남들의 삶도 서로 바꿔

치기할 수 없는 각기 제나름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 아껴주고 사랑하는 기쁨이란다."

 

(중략)

 

"지금 궁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상아빛 신발장을 의심하지 않지?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

이 생기면 그걸 의심하는 사람도 생길 거야.나는 상아빛을 좋아하나? 아닌데 나는 노랑을 좋아하

는데,그러면서 어느날 노랑색 페인트를 사다가 신발장을 칠해서 자기만의 신발장을 갖는 사람이

생겨난단 말이다.물론 파랑 신발장,빨강 신발장을 갖는 사람도 생겨나지.그래서 궁전 아파트 신

발장이 아닌 제나름의 신발장을 갖게 되는 거야.또 어린이 중에서도 어른이 가르쳐 준 놀이말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어린이가 생겨날 테지. 그 어린이는 판판한 아스팔트 밑에는 도대체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해 그것을 파헤쳐 그 속에 숨은 흙을 보고 말 거야.그래서 그

속에서 몇 년째 잠자던 강아지풀과 명아주와 조리풀과 토끼풀과 민들레의 씨앗을 눈뜨게 하고,매

미의 마지막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가로수를 향해 날아오르게 할 거야."

 

할아버지의 주름투성이 얼굴이 아이들의 얼굴처럼 맑아지고 눈은 꿈꾸는 것처럼 한없이 먼 곳을

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이상해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으려니까 괜히 가슴이 울렁거려요. 이런 느낌은 처

음이에요."

"아이야,고맙다.할아버지가 이제부터 말을 얻어다 시를 써도 늦지는 않겠구나.시인의 꿈은 가슴

이 울렁거리는 사람과 만나는 거란다."

 

_ 박완서  / 시인의 꿈

다림 출판사   박완서 동화집  자전거 도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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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ald Green 2004-02-2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경아,너무나 좋은 말이고,또 지금의 내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구나.
나란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산 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아.

좋은사람 2004-02-20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희야..나도 요즘 심각한 우울증이었단다..
신랑이 자기랑 얘기 좀 하자고..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살맛을 알고 살아야 되는데..요즘의 나는 그녀처럼 붕떠있는 것 같아.....
그래도 이렇게 가슴 울렁거리는 사람들을 만나니 희망은 있다 ㅎㅎ

비로그인 2004-03-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말엔가... 디트로이트 아트 뮤지엄에 갔을 때 어떤 일본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 종류의 작품은 뭐라고 그러나 모르겠어.. 아무튼 여러 켤레의 신에 은색 금색 빤짝이를 뿌려놓고 나름대로 늘어놓은 거였는데, 그 신들이 모두 누군가 신던 거였어. (분명 그런 것 같았어) 신 주인의 세월과 성별과 빈부정도와 성격과 취향이 느껴지는... 참 신기했던 게, 사람이 사람 모르겠다고, 전신으로 부딪히며 살아도 그런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단지 신을 보면서도 그 사람을 다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 할아버지의 신발장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헌데 마랴. 궁전 아파트..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어디였는지 생각이 안 난다. 실제 있던 이름인지 아니면 어느 소설에선가 읽었던 이름인지...

좋은사람 2004-03-1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전아파트..아마 방배동에 실제 있지않나..
박완서는 그게 실제 생길줄 모르고 상징적으로 궁전이라는 이름을 붙인거라고 보는데 ..
영선이 네가 신발 이야기를 하니까 난 워싱턴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뮤지엄에 있던
주디 갈란드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신고 나왔던 반짝이던 마법 구두가 생각나는 구나 ㅎㅎㅎ
 

그녀는 공중에 붕 떠있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공간이나,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그래서 아이들을 빼앗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정신 상태 역시 불안정하게 붕 떠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로의 여행인 듯싶은 미국 남자의 책 읽기는 그녀의 막 지난 과거로 이야기를 되돌려간다.

그녀의 죽은 남편 그는 소위 기러기 남편이다. 첫아이 현우의 다운 증후군 때문에 시댁에서 배척당하는 아내와 다른 두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한국에서 홀로 살고 있다. 방학 때 마다 한국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아내는 이제는 더 이상 못 돌아 올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3년을 지켜왔던 집을 전세 주고 그는 오피스텔에서 살게 된다. 그 역시 붕 떠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붕 떠있지 않은 밑바닥 지하실 공간 하나는 남아 그에게 위안이 된다.지하실이 물이 찰 만큼 비가 온 것은 그의 마음 속의 변화를 의미한 것일까.그 이후로 그 집 아이들과 친해지며 그는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그것도 잠시,그 집 부인의 제재로 그만두게 된다.
그는 이제 지하실에도 잘 가지 않는다.이제 그는 갈 집이 없다.전세 준 집도 낯설은 오피스텔도 미국에 아내가 사는 아파트도 그에겐 집이 아니다.집이 없는 그에겐 사는 것이 무기력하다. 어쩌면 아내가 해둔 음식이 그의 마지막 생명줄인 듯하다. 그 음식이 떨어지고 식용유도 떨어져 그 스스로 달갈을 삶아 먹지만 그는 어쩌면 씹지 않았을 것이다.이제는 목구멍도 무력하다.그의 목구멍은 사랑에 목말라 너무 가늘어져서 달걀을 통째로 받아들일 만큼 크지가 않은 것이다.그는 사랑을 갈구 하듯 달걀을 목에 품고 죽는다.

그녀는 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다. 그러나 그녀는 반사적으로 식사를 씹는다.그녀 옆의 미국남자는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미래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그녀는 이제 집으로 갈 준비가 되었다.그녀 옆의 가수면 상태였던 한국 여자는 여전히 말 붙일 수가 없지만 잠에서 깨어나 항공 잡지를 읽는다. 그녀는 가수면처럼 느껴졌던 한국에서의 상황을 접고, 이제 미국 남자처럼 현우가 기다리는 미래로, 미국의 집으로 갈 것이다.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것은 집으로 향하는 흥분된 과정일 뿐이다.

액자 소설..그와 그녀의 다른 공간..이제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칠 수 없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공간…
      비행기 안.
      붕 떠있음
      한국 여자와 미국 남자 사이
그녀의 시간…
      과거..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함
      현재..미국을 향하는 중
      미래..미국에서 보낼 것임
그녀는 두사람 사이에 끼어있지만 그녀의 과거상태였던 가수면 한국여자와 말하기 보다 미래를 상징하는 미국 남자와 대화함으로써 미국에서 현우에게 아빠를 대신하며 살아가야 할 확신을 품게 된다.그녀의 집은 이제 미국이다.
그녀의 정체성 확립..가수면 한국 여자에서 미래(현우)를 향하는 미국 남자

그의  집 ..
물리적.. 오피스텔,
정신적.. 지하실.일기장 ,그녀와 통화 할 수 있는,또 때때로 욕구도 해결 할 수 있는 전화, 때때로 아이들과 같이 한 시간
아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심리적 집의 상실
정든 집을 전세 줌 ..물리적 집의 상실

부인의 말을 들은 그날 아마 그는 아내와 통화 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 통화가 되었더라도 오히려 단절만 더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그는 그녀의 마지막 음식이 떨어진 후 죽는다.자살이 아니었더라도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달걀..알, 태초로부터 온 것, 생명
삶은 달걀..그에게는 그녀의 음식을 대신 하는 것..넓게 보아선 그가 살수 있게 하는 것..그녀의 사랑..또는 대화..
그러나 이것은 누가 삶아 준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삶았다..마지막으로 그가 한 행위
씹는다는 것의 의미..그는 처절하게 원했기에 급해서 씹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미래를 위해 씹는다.

의문점
한가지..그녀는 그를 사랑했을까?
또 하나..그녀의 아이들 둘째 셋째는, 진우, 연우는 그녀가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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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ald Green 2004-02-2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땐 리플 달지 않았지만..내 생각에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진 않은 것 같다.
소설 중간중간에도 그가 그녀의 마음에 회의를 품은 글귀들이 나오잖니..
사랑보다는 살아가는 일이 급했던 그녀 아니겠니..진우,연우는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일반적인 의미의 자식이라면..다만,더이상 그녀의 집에 속한 존재는
아니겠지. 그녀는 새로운 집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선 한결 가벼워진 출발이 아닐까?(이래서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ㅎㅎ)

비로그인 2004-03-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이후 그 여자 단편작품 열 개 모이면 평론 써봐. 그 여자도 되게 좋아할 거 같당.

좋은사람 2004-03-1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여자여..빨랑 열작품을 써다오..머리에 김나게 함 써보자꾸나 ㅎㅎ
 

음악은 메리 포핀스 중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핫핫..이런 주제로 두번째 글을 쓰다니..며칠간 나를 따라 다니는 답답한 생각들과..아이스하키여행에서 돌아온 후 다 헐어버린 입안을 생각하면 다른 글이 나와야하는뎅..자꾸 가라앉는 생각에 대한 반동일까..함 써보자.

메리 포핀스와 싸운드 오브 뮤직의 공통점은?일단 뮤지컬이다.두번째,줄리 앤드류스가 나왔다.세째,책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넷째, 책보다 영화가 훨씬 뛰어난 경우이다.다섯째,가정교사가 주인공이다.여섯째, 아이들이 중요한 역이다.

메리 포핀스를 처음 본것은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이니 1977년 겨울방학때이다.그때 지금은 없어진 광화문에 있던 국제 극장에서 본것같다.엄마가 동생은 제쳐두고 나만 데리고 나가서 아빠랑 셋이 본 영화다.엄마 핑계상 어떤 영화인지 미리 나랑 보고 좋으면 동생을 보여준다 하셨는데,그게 왜 그런 자리였는지는 아직도 난 모르겠다.그 시간에 동생들은 누구랑 뭘 하고 있었을까.

영화는 내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그 당시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을 화면으로 보여준다.지금처럼 그래픽과 특수 효과가 발달한 때에 다시보면 좀 그렇지만 처음 봤을 당시는 대단한 충격이었다.뱅크스 집앞에 구름처럼 몰려든 가정교사 지망생들이 무지막지한 바람에 날려가던 모습.그 사이로 우아하게 우산을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상대역이었던 딕반 다이크가 발음 하던 대로 적자면 '뽀'삔스이다.특히 앞의 '뽀'에 꼭 강세가 들어가야한다.) 난간에 걸터 앉아 스르르 자동으로 이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나,도저히 가방싸이즈로 봐서 들어갈수 없는 커다란 물건이 나오는 가방,키를 재면 그사람의 성격이 나오는 신기한 요술자,먹는 사람마다 맛이 틀린 액체 영양제.그걸 본 이후로 나도 그 영양제를 사달라고 그래서 엄마가 미제집에서 구해온 미제 영양제를 맛있다며 먹었다는 거 아닌가.음.이런걸 보면 역시 영상매체의 효과는 어린 순진한 아이들에게는 크다.

줄리 앤드류스는 그당시 나에겐 우상이었다.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영화배우인거나 마찬가지이다.그당시 한국에서 X수색대라고 홍종현이라는 아역배우가 나오던 드라마가 있었는데.(이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드라마도 나름대로 SF물로 새로운 장을 연 아동드라마였다.어린 손창민도 나왔는데) 거기에 나왔던 볼이 통통한 임예진을 보고 줄리 앤드류스를 대입하여 닮았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너무 행복해했었다.지금은 줄리는 할머니가 되었고 노래도 더이상 못하며 임예진도 늙었고 나도 같이 늙어가고 있다.(할머니가 된 줄리를 확인하러 프린세스 다이어리도 봤지 뭔가. 아 ,또하나그전에 텐이라는 깨는 영화도 기억한다.)

그 떠돌이 아저씨 딕반 다이크가 공원에 그려놓은 그림속에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만화와 영상이 합쳐지는 환상.수퍼칼릭프랜츠네스틱엑스카필릭도셔스(?)라는 정체불명의 신조어로 신나게 노래부르는 장면,웃는 병에 걸리면 공중에 떠있는 설정.침침체리를 부르며 굴뚝위로 연기계단을 만들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12시만 되면 집 위의 대포를 쏘아 시간을 알려주는 퇴위 군인.바람의 방향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뀌자 떠나게 되는 마녀 메리 뽀삔스...그 해에만 그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지기 전에 3번을 보았다.그리고도 극장에 다시 올려질 때마다 다시보자고 엄마를 졸라대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몇년 만에 싸운드 오브 뮤직으로 다시 찾아온 그녀..싸운드 오브 뮤직이 먼저 찍은 건지 나중인지 모르지만 내가 본 순서는 암튼 그러했다.그런데 예전의 곱게 화장했던 메리 뽀삔스는 없고 털털한 수녀 마리아가 되어서 처음은 사실 좀 실망했었다.어린 마음에 그래도 예쁘게 나온걸 보고 싶었나부다.아.그러나 잊을 수 없는 노래와 감동적인 이야기에 어찌 마음을 빼기지 않으랴.주저없이 이 영화를 나의 훼이보릿으로 꼽는다.

마리아 메잇스 미 러브 하며 킬킬대던 수녀님들,트랩 대령 집앞에서 자신감을 갖자며 일부러 크게 노래를 부르고선 옆발을 삐끗하며 비틀거리며 들어가던 장면,아이엠 세븐틴 고잉온 에잇틴 아아 윌 테잌 케어 오브 유 하며 수작(?)을 부리던 그 청춘 남녀.나중에 어른이 되어 그 가사를 보니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생각이 들더만.고작 한 살차이면서 난 어려서 잘 모르니 널 디펜드 한다. 넌 너무 어리고 순진하니 내가 이제 케어해줄께.그러던 롤프가 히틀러 편이 되어  리즈 트랩 일가를 쫒는 장면은 얼마나 나를 배신감에 떨게 만들었던가.무뚝뚝한 트랩 대령과 마리아의 사랑보다 그 풋풋한 사랑이 이제 커가는 나에게 더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요들 송을 부르며 인형극을 하던 장면.질투심에 불타며 저런 걸 저기 애들은 갖고 노는 구나 하면서 보았던 장면이다.그러고 보니 메리뽀삔스에도 그 아이들이 갖고 놀던 인형집이 너무 탐이 났었다 마술땜에 저절로 움직이던 병정들도.

커튼으로 놀이옷을 만들어 입고 도레미송을 부르던 명장면.도레미송은 어려서 제일 먼저 배웠던 영어 노래다.그땐 영어 알파벳도 몰라 한글로 그 발음 그대로 써놓고 따라 부르며 외워버려서 아직도 콩글리시로 기억한다는..

나중에 중학생때 이 영화의 원본이었던 마리아 트랩이 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영화에서 나온 부분은 그 책의 앞부분 절반이었다.영화에서 나오지 않은 부분은 그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새로운 삶을 사는 이야기였는데, 뭐랄까 조금은 미국 찬양이 배여있어 그 당시에도 뭐이래? 이랬던 거 같다.좀 드문 케이스이긴 한데 책보다 영화가 훨씬 천배 만배는 더 좋은 경우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그 음악 때문이다. 바로 이 영화의 타이틀이기도 한 싸운드 오브 뮤직때문인 것이다. 정말 완벽한 제목이었다.

메리뽀삔스도 책이 나중에 출간되어 그것도 보았는데 무척 실망했었다.그 이유는 메리가 영화처럼 사랑스럽지 않고 마녀 단어 느낌 그대로 좀 괴팍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다.영화에선 메리가 독특하긴 했어도 그렇게 고약하진 않았는데다가 책속의 이야기도 에피소드 위주여서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최근에 시공사에서 메리뽀삔스 책이 시리즈로 여러권 나온 걸로 봤는데 그때 기억때문에 감히 볼수가 없었다.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해리포터류의 상상력을 무지 발휘하게 하는 재미난 설정임은 틀림없다고 본다.

아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메리 뽀삔스를 듣다가 같은 디즈니 씨디에 담긴 알라딘 주제가를 소리 높여 부르고 왔는데 담엔 그 만화영화를 함 써봐야겠다.만화 최초로 가슴 설레이게 한 ,그것도 아줌마를 설레게 한 만화영화 알라딘 기대하시라!!

음..확실히...기분이 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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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아라비안 나이트 읽어야 되는데 어느 출판사에선 나온 걸 읽어야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 ㅠ.ㅠ 거의 원본이라고 인정되는 버전에 가장 가깝게 번역된 책 찾는데 혹시 추천해주시면 영광이겠사와용.

좋은사람 2004-03-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그렇게 어려운 부탁을 하다니.. 내 무식이 뾰롱나겠다...
원전번역이 웬말이더냐..
아직도 꿋꿋이 어릴적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으로 버티고 있는 나한데..ㅠㅠ
영선아 니가 알게되면 나두 좀 추천해주라 ^^
근데 왜 읽어야 되는감?? 그거 보면 꿀이 나오는감???

비로그인 2004-03-1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꿀 좋아하는감? 왜 읽어야 되냐고 물으니깐 나도 몰겠구만. 그냥 의무감 같다. 언제부터였드라?? ㅋㅋ. 알게 됨 전해줄께. 이번주 목요일 시카고 갔다가 토요일 돌아와. 어머니 토요일 비행기로 떠나시거든. 다녀와서 연락할께. 소은이랑 다 같이 함 보자.

psyche 2004-04-08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경아..너의 추억이 바로 나의 추억이구나..나도 극장에서 아빠와동생 함께(막내동생은 엄마와 집에 있었는지) 메리 포핀스를 봤던 기억이 생생해..그기로 내가 기억하는 장면도 바로 너와 같은 바로 그 장면들이야..아마도 그 장면들이 가장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장면이었나보다.
나역시도 x수색대를 잘 기억하고 있고,줄리 앤드루스 보려고 이번에 프린세스 다이어리 본것이나...네 글읽으면서 나도 업되었다.땡큐~~

좋은사람 2004-04-08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아..엑스 수색대를 기억하고 있다니..넘 반가운걸 ㅎㅎㅎ
프린세스 다이어리..나에겐 추억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배경이었지..
거기에서 주인공 공주로 나왔던 여자배우가 새로 영화를 찍었더라..
그거 "Ella Enchanted" 라는 책을 영화로 만든 거라는데..사서 보려구 해 ^^

psyche 2004-04-09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안그래도 우리 지윤이가 그 영화 개봉만 기다리고 있거든. 우리집에 책 있는데(물론 난 안 읽었지만)우리 지윤이가 나 닮아서 책 벌레거든..
넌 샌프란시스코에 무슨 추억이 있니? 내가 여기 샌디에고 오기전에 그 근처에서 살았잖니.. 하지만 사실 샌프란에는 한국서 손님 오실때만 갔을뿐..워낙 게을러서 말이야..
하지만 영화에서 샌프란시스코가 나오면 괜히 반가운거있지.
 

여길 어떻게 시작할까...하다가 그냥 컴을 끄고

습관적으로 손에 쥘 책이 없나...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선이 한테 빌려온 Short Cut 이 눈에 띄었다..

저번 크리스마스 모임에 빌려온 이후로 아직까지 한 챕터를 못 나가고 있었다..

방학이라 여행을 다녀온 것은 그리 핑계가 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도 아이들 동화책은 몇 권이나 읽어 치웠기 때문에..

근데..갑자기 오늘따라 short cut 이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short cut 체질인가부다..라는 깨달음이 ㅎㅎㅎ

어쩌면

여기저기 어디 지름길(short cut)이 없나...하고 두리번 거리다..

(그래서 술술 읽히는 동화책을 선호하는 가??)

그러다 결국은 더 시간을 끄는 형국...

 아..그래서 난 하루하루가 지겨우면서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나마 Short cut 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먼저 머리라도 short cut 을 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음력 설도 막 지났으니 New Cut 도 그리 늦은 건 아닐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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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cho 2004-02-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경아, 나도 여기 방을 만들긴 했는데 자꾸만 부담이 되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요즘 옛날에 읽었던 책이없을까 하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구나...
그것 만으로도 난 성공했다고봐, 사실 책을 놓은지가 참 오래 되었거든.
현경이 너도 이 방을 통해 예전에 학창시절 읽었던 좋은책 떠올리면서 좋은글 많이 올려주기바란다.

비로그인 2004-02-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작했구나. 어떤 종류의 벽돌을 원하시나용? ^^ 이거 쓰고나서 성연이네 집에도 놀라가야쥐~ 현경아. 전에 물어본 책 제목, 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 라더라. 아마존닷컴에 있더라. 근데 도서관에서 걍 빌려보고 나서 느무느무 좋으면 사서보길. 흥, 참견 말라구? 호호... 아직 취향을 몰라갖구, 잘못 소개했다 뺨 석 대 맞을까봐.. 맞으문 아프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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