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이다.스키여행도 약발이 금방 떨어져버렸다.백로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이 글은 일기도 독후감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우현이의 아이스 하키 연습 시간이다.탈의실에 들어가자 우현인 차마 중간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옆 제일 구석자리에 자리잡는다.조용히 스케이트를 매어준다.끈을 너무 꽉 매주려 그랬는지 손끝이 갈라져서 약간 피가 난다. 링크에 들어선다.그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앉아있다.난 가능한 머리 노랗고 눈 파란 그들과 떨어져 앉아서 책을 든다.신경숙의 외딴방이다.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진다.그들은 없다.나는 내 외딴방에 돌아와 있다.

<글쓰기란 나에게 집이었을까.>

<글쓰기,내가 이토록 글쓰기에 마음을 매고 있는 것은, 이것으로만이,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

낮아지지 않았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소외를 여기서 느낀다.책을 읽으며 내 우물 속의 쇠스랑이 울렁인다.정신 없다.말도 잊고 묵묵히 설겆이를 한다.오빠가 나를 본다.내 눈은 멀리 외딴방에 사로잡혀 있다.소용 없음을 안 그도 그만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유리를 깨려고 한다.아줌마들에게 이끌려 쇼핑 몰에 간다.기대와는 다르게 자꾸 대화가 엇나가는 것 같다.일대일로 볼 때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녀들이 모이니 다른 사람들 같다.갑자기 공허해진다.점심으로 스시를 시키고 자리를 잡는다.순간 나는 본다.내 앞의 유리벽을.환상처럼 스르르 소리 없이 내려오는 그 유리벽을 난 멍하니 본다.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작아져있다.목소리도 그들에게 들릴 턱이 없다.유리는 나에게 감옥이다.군중 속의 고독.하루종일 더 우울하다.

기도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말했다 군중속의 고독이 더 싫다고.차라리 집에 혼자있는 고독을 즐긴다고.그래서 그녀는 여러사람과 같이 어울리는 것을 많이 잊어버렸다고 했다.그녀는 이젠 초월해서 담담히 말하는데 듣고있던 나는 그녀때문에 내 고독이 사무쳐서 눈물이 나왔다.

영등포 여고.내가 고등학교 입학 연합고사를 보러 갔던 학교이다.신경숙,그녀가 시골서 상경해 동남전기를 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던 1979년.그 해를 기억한다.박정희 대통령이 밤사이 죽은 줄도 모르고 난 새벽에 오시는 영어 선생님과 우유를 마시며 공부를 했었다.그녀들이 에어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고 미싱으로 손등을 박고 2만개 사탕을 비틀어 싸느라 손이 짓무르고 노조에 가입하고 월급을 쪼개서 시골 집에 보낼때 난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검정색 차를 타고 학교에 갔고 식모언니가 밥을 차려줬으며 용돈으로 성룡의 영화를 보고 게리무어의 음반을 샀다.

<현재성을 오래 생각해본다. 너무 속도가 빨라 노래 하나도 따라부르기 힘든 지금,내가 붙들 현재란 무엇인가,하고.나는 지나가고 싶지만 과연 무엇을 지나갈 수 있을 것인지.미래소설이나 가상소설이라고 처음부터 작정을 해둔게 아니면 글쓰기는 결국 뒤돌아보기 아닌가.>

살짝 터진 손끝이 계속 아프다.피아노 콩쿨을 나가려 연습하던 그때 이후 손끝이 갈라진 것도 내 기억 속에 처음이다.안하던 집안일에 손이 많이 거칠어졌다.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며 그녀들을 생각한다.

구역 성경공부를 간다.언제나 울까봐 조심스럽다.예전에  헌금을 미리 주일 전날 새돈으로 준비 안했다고  오빠한테 혼난 이야기를 한다.별것도 아닌데 갑자기 또 눈물이 나온다.수도꼭지가 열리니 줄줄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 슬프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일상의 이야기인데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민망하다.행여나 나를 신심이 깊은 사람으로 오해할까봐 걱정이다.끝나고 일어서는데 코까지 빨개진 나한테 옆사람이 말한다.알러지 있으세요? 하고.

알러지,알러지,알러지,하고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닌다.갑자기 순간 설명이 된다.내가 우는 이유가.그래 알러지가 맞다.내가 내 속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내 연하디 연한 속살을 열어보이는 순간,벽에 가렸던 내 속살이 놀라 알러지처럼 반응하는 것이다.이제 알았다.내가 우는 이유를.

<니 글쓰기는 니 살 파먹기야.한꺼번에 너무 많이 파내면 네가 아프다.>

요즘의 내 책 읽기가 내 속살 파먹기인 걸 안다.내 살을 파야 내가 산다는 모순된 사실.......

< 지워진 문장들 속에 그녀가 서있다.>

가슴이 뜨끔해졌다.이 글을 몇 번이나 쳤다가 지웠다가 했다.그래.지워진 문장 속에 누군가가 있다.......누군가....

<그래..............꿈이었는 지도 몰라.......내 마음이 우기면 손이 비웃는다.손이 기억했다.열쇠통을 잠글 때의 감각이며 문이 잠기며 냈던 딸깍, 소리들은.나는 손을 내려다 본다.그리고선 중얼거린다.네가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야.절대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자들의 고독은 그 스며듦이 끝났을 때 시작되는 거겠지.스스로 거슬러올라 가장 어려웠던 처음으로 돌아가고야 마는 고독.>

침대에 누워 오빠에게 파고든다.나에게 오빠는 구원의 서광이다.오빠에게로만 통로가 나있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오빠로 통한다.다른 길들은 이제 사라져버렸다.그의 품에 안겨 묻는다.그가 나에게 구원이라면 그에게 나는 무엇이냐고.오빠가 놀린다.차라리 여상이나 나온 여자랑 결혼할껄 그랬어.그랬으면 단순했을 텐데.왜그리 생각이 복잡하냐고.훗.직업 훈련원을 나오고 공장을 다니며 야간 여고를 나와서 고뇌하며 이 책을 썼을 신경숙.그녀가 들었으면 기절할 이야기다.

<당신 가족이 여기,그것도 남쪽에서 땅과 함께 있고,내 가족이 머나먼 중국땅에서 언제나 유랑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는 만큼이나 당신과 나는 달라요.나는 중국에 있어도 조선족이고 여기에 있어도 흑룡강성에서 온 사람이지요.하지만 당신은 흑룡강성에 가도 여기에 있어도 온전한 한국인이지요.그래서 당신은 어디엘 가도 어울릴 거에요.>

어디엘 가도 어울릴 거라는 온전한 한국인으로 미국서 살기가 왜 흑룡강성에서 살기보다 어려울 거라고 생각되는지...흑룡강성이라는 마치 천체의 어느 별을 느끼게 하는 머나먼 이름대신에 그 흔하디 흔한 미국에서 살기가 왜 어려운지...

나, 외딴방을 벗어나 집으로 과연 갈 수 있을까.........쇠스랑을 퍼올려야한다.......내 우물의 쇠스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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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글은 신경숙의 외딴방에서 그대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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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6 1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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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7-2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항률님. / The Secret Story... (2000) / Acrylic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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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보다는 '노르웨이의 숲' 이 제목이 난 더 좋다.너무 제목이 적나라하게 상실 운운한 것보다 노르웨이의 숲은 어떨까하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그 느낌이 더 좋지 않은가.그런데 비틀즈의 노래는 헤이쥬드,예스터데이,히어캄즈 더 썬,미셀,렛잇비,등등 많이 아는 듯한데..노르웨이의 숲은 모르겠다.노르웨이의 숲은 내가 기억하지 않아서 슬플까..

내가 하루끼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던 건 아마 결혼 후 2번의 유산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가 몸조리를 할 때이던 십여년 전인것 같다.그때 나는 누워있어야만 했기에 아무 낙이 없었고 몸대신 눈하나만으로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하고 있었다.활자 중독증처럼 읽고 읽고 또 읽었다.하루끼의 초기작품들을 걸신들린 듯이 읽었었다.

그러나,난 그 때 느꼈어야했다.다시 읽으면서 나에게 준 상실과 허무를 난 그때 미리 알았어야만 했던 것이다.나오코에게 기즈키의 죽음 후 늦게 알게된 성장의 고통이 더 힘들었던 것처럼, 늦게 알게된 허무의 괴로움이 지금의 나를 관통하게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즈음의 나는 어항에 들어있는 금붕어같다.새로운 세계는 내 앞의 유리를 통해 보이는데, 난 그 곳을 갈 수가 없다.가끔 숨쉬느라 버끔거리며 물가에 거품을 밀어내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대신 할 뿐이다.유리가 깨지면 난 죽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어항 속에서조차도 침대에 누울 때마다 왜 사는지 모르겠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아침마다 너무 힘들게 일어나고,아이들을 보내고는 또다시 죽음같은 잠 속으로 빠진다.그러면서 깨어있는 시간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분석하고 또 분석한다.나는 누구인가.

하나의 깨달음은 있다.내가 이같이 리듬을 잃은 적이 또 있었는데 바로 결혼 직후부터 큰애를 낳았던 그 몇 년이라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결혼하자마자 우리는 신랑이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부천 옆의 부평에서 신혼집을 얻어 살림을 시작했다.그땐 난 졸업하자마자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직장이다 대학원이다 또는 선이다 하면서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살았고,생전 알지도 못하던 동네에 와서 이웃들과 마실을 다니며 새로 안면을 트기에는 너무 어렸다.신랑과 나란히 침대에 드는 일은 아침까지 나를 뒤척이게 만들었고 가끔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못견디게 그리웠고,작은 군인 월급을 쪼개 생활하는 일은 나에겐 너무 낯설었다.게다가 예상치 않은 연달은 임신과 유산은 나의 미래 계획을 다 바꿔놓았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보면 그때의 난 너무 순진했고 자신만만했으며 낙천적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때와 지금의 내 경우가 바로 부적응증이라는 진단이 나오게 된다.난 이때껏 내가 굉장히 적극적이며 새로운 것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같은 결론은 좀 놀라웠다.생각해보면 미국에 오자마자 아이들은 써머캠프에 ,신랑은 공부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며 전투 속에서 하루하루를 적응해 갈 때,나는 하루하루 평온하려고 애쓰는 집에서 도닦으며 썩어갔다.내 머리속에 떠도는 숱한 이야기들은 영어의 장벽에 막히고 새로운 인간 관계의 장벽에 막혀 출구를 못찾아 우왕좌왕하고 있다.나오코처럼 말찾기병에 걸린 것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나의 병은 없었을까...계속되는 의문은 그것이었다.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론은 노이다.단지 이것저것 포장으로 두텁게 나를 감싸서 들여다 보지 못했을 뿐이지 이것은 내 내면의 본질적인 문제이다.부적응증은 다른 이름으로도 어디서든지 나타날수가 있다.미국에 와서 단지 포장을 뜯는 순간이 조금은 빨라진 것일 뿐이다.그러면 해결책은 있을까.

와타나베는 책에서 말한다.

<어째서 그런 식으로 모든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어깨의 힘을 좀 빼라구.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런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거야.어깨에서 힘을 좀 빼면 훨씬 몸이 가볍게 돼.>

<어깨 힘을 빼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요.그런 말은 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구요.알겠어요? 내가 어깨 힘을 뺀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난단 말이에요.나는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고,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한번 힘을 빼면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갈수 없다구요. 난 산산 조각이 나서 어딘가로 날려가 버릴 거에요.어째서 그걸 모르는 거죠?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돌봐준다는 말을 할 수가 있죠?>

나오코는 마치 나처럼 대답하고 있다................!

며칠 전 신랑과 속깊은 대화를 하면서 나를 좀 터놓았다.그나마 오빠라도 눈치채고 말을 걸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난 아직도 가끔 연애할 때처럼 오빠라고 부르는 데, 오빠는 정말 나를 끔직히 사랑해준다.그래서 나오코의 다음말이 이해가 된다.

<누가 누군가를 영원히 지키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안그래요? 가령 내가 당신과 결혼을 했다고 쳐요.그럼 당신은 회사에 다니겠지요.그럼 당신이 회사에 있는 동안엔 누가 나를 보호하고 지켜줄까요? 당신이 출장에 가있는 동안엔 또 누가 나를 지켜주지요? 그러니 나는 죽을 때까지 당신과 붙어 다녀야 하잖아요,안 그래요? 그런 것은 좋지 못해요.그런 것은 인간 관계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그리고 언젠가 당신은 내게 싫증을 느끼고 말 거에요.'내 인생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여자를 돌보는 일뿐이란 말인가' 하고. 난 그런 건 싫어요.그래서는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나오코에 대해 무지무지한 감정 이입을 느끼며 이 책을 읽는 통에 나는 좀 두려워졌다.몇 년 전 자살을 한 00 엄마도 떠오르고.책의 마지막 부분에 레이코 여사가 기차역에서 와타나베와 헤어지며 울때 나도 울었다.지금도 눈물이 난다.요즘은 눈물이 너무 샘솟아서 어디 갈때 마다 제일 두려운 것이 우는 일일 정도니까.차라리 우는 게 날지도 모르겠다.울고나면 좀 시원해지니까.나이가 들수록 우는게 쉬워지고 화내는게 쉬워진다.굴러가는 돌을 보고도 웃음이 나오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갔는지.

교회에서 이 책을 빌려온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좋아하는 어린이책 작가인 Louse Sacher는 책에서 상담 선생님을 통해 말한다.세상에 우연이란 없단다..하고.이 대목을 찾고 싶은데 지금 그 책이 이층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에 있어서 정확히 쓸 수가 없다.요즘의 내 관심사는 신앙과 존재의 의미이므로 어쩌면 저번에 교회에서 빌려온 나니아 이야기와 상실의 시대 이 두 책의 조합은 그 책사이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던 것이었던 것이다.

너무 심각해져 버려서 오빠와 함께 보려고 했던 Passion of Christ는 다음에 보려고 한다.그 영화까지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안락함이 필요하다.순진하고 자신만만했던 그 때로 돌아가게 해줄 환타지가 필요하다.

노르웨이의 숲..그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과연 상실의 시대처럼 허무한지.노르웨이에 숲은 있기나 한건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해답다운 해답은 찾아지지 않았다.나는 가끔 공중에 떠도는 빛의 입자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았으나, 그 손가락 끝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것인가.그러나 그것이 어딘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대체 여기가 어딘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랄 것도 없이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나는 아무데도 아닌 공간의 한가운데서 미도리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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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ddanzi.com/ddanziilbo/music/pop/pop_03.asp
여기 중간에 함 바바. 노래 찾고있었는데 노래는 없다.
딴지 기사인데, 노래나 들려줘가면서 떠들든가 하지.
하지만 그동안 나도 좀 이상하고 의아했던 부분이 설명된 느낌.
어느 미국인에게 함 확인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텐데...
아, 에이미... 친정에서 돌아오면 물어봐야지.

비로그인 2004-03-1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mdsvr1.imufe.com/oldkong/b/Beatles[Rubber Soul [US]-196512]-02 Norwegian Wood.wma
찾았으. 아줌마의 힘! ^^ V

좋은사람 2004-03-2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흑..내 컴으로는 자꾸만 에러가 난다..도저히 들을수가 없구나..
하긴 땔감으로도 쓰이는 노르웨이산 옷장이나 가구라니 도저히 상상이 안가지만..
안그래도 나두 사실 놀웨지안 우드라길래..
골프용품으로 쓰이는 건가...하는 엉뚱한 상상도 했었거든 ..
어쩌냐 ㅋㅋㅋㅋ 도저히 웃겨서 이제는 이 책은 상실의 시대로만 기억해야겠다..
땔감과 이 소설은 연관 시킬 수가 없어져버렸다..
도대체 비틀즈 이눔의 자식들은 왜그런 가사를 붙인거냐구~~~
 

그녀는 공중에 붕 떠있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공간이나,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그래서 아이들을 빼앗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정신 상태 역시 불안정하게 붕 떠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로의 여행인 듯싶은 미국 남자의 책 읽기는 그녀의 막 지난 과거로 이야기를 되돌려간다.

그녀의 죽은 남편 그는 소위 기러기 남편이다. 첫아이 현우의 다운 증후군 때문에 시댁에서 배척당하는 아내와 다른 두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한국에서 홀로 살고 있다. 방학 때 마다 한국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아내는 이제는 더 이상 못 돌아 올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3년을 지켜왔던 집을 전세 주고 그는 오피스텔에서 살게 된다. 그 역시 붕 떠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붕 떠있지 않은 밑바닥 지하실 공간 하나는 남아 그에게 위안이 된다.지하실이 물이 찰 만큼 비가 온 것은 그의 마음 속의 변화를 의미한 것일까.그 이후로 그 집 아이들과 친해지며 그는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그것도 잠시,그 집 부인의 제재로 그만두게 된다.
그는 이제 지하실에도 잘 가지 않는다.이제 그는 갈 집이 없다.전세 준 집도 낯설은 오피스텔도 미국에 아내가 사는 아파트도 그에겐 집이 아니다.집이 없는 그에겐 사는 것이 무기력하다. 어쩌면 아내가 해둔 음식이 그의 마지막 생명줄인 듯하다. 그 음식이 떨어지고 식용유도 떨어져 그 스스로 달갈을 삶아 먹지만 그는 어쩌면 씹지 않았을 것이다.이제는 목구멍도 무력하다.그의 목구멍은 사랑에 목말라 너무 가늘어져서 달걀을 통째로 받아들일 만큼 크지가 않은 것이다.그는 사랑을 갈구 하듯 달걀을 목에 품고 죽는다.

그녀는 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다. 그러나 그녀는 반사적으로 식사를 씹는다.그녀 옆의 미국남자는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미래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그녀는 이제 집으로 갈 준비가 되었다.그녀 옆의 가수면 상태였던 한국 여자는 여전히 말 붙일 수가 없지만 잠에서 깨어나 항공 잡지를 읽는다. 그녀는 가수면처럼 느껴졌던 한국에서의 상황을 접고, 이제 미국 남자처럼 현우가 기다리는 미래로, 미국의 집으로 갈 것이다.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것은 집으로 향하는 흥분된 과정일 뿐이다.

액자 소설..그와 그녀의 다른 공간..이제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칠 수 없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공간…
      비행기 안.
      붕 떠있음
      한국 여자와 미국 남자 사이
그녀의 시간…
      과거..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함
      현재..미국을 향하는 중
      미래..미국에서 보낼 것임
그녀는 두사람 사이에 끼어있지만 그녀의 과거상태였던 가수면 한국여자와 말하기 보다 미래를 상징하는 미국 남자와 대화함으로써 미국에서 현우에게 아빠를 대신하며 살아가야 할 확신을 품게 된다.그녀의 집은 이제 미국이다.
그녀의 정체성 확립..가수면 한국 여자에서 미래(현우)를 향하는 미국 남자

그의  집 ..
물리적.. 오피스텔,
정신적.. 지하실.일기장 ,그녀와 통화 할 수 있는,또 때때로 욕구도 해결 할 수 있는 전화, 때때로 아이들과 같이 한 시간
아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심리적 집의 상실
정든 집을 전세 줌 ..물리적 집의 상실

부인의 말을 들은 그날 아마 그는 아내와 통화 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 통화가 되었더라도 오히려 단절만 더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그는 그녀의 마지막 음식이 떨어진 후 죽는다.자살이 아니었더라도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달걀..알, 태초로부터 온 것, 생명
삶은 달걀..그에게는 그녀의 음식을 대신 하는 것..넓게 보아선 그가 살수 있게 하는 것..그녀의 사랑..또는 대화..
그러나 이것은 누가 삶아 준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삶았다..마지막으로 그가 한 행위
씹는다는 것의 의미..그는 처절하게 원했기에 급해서 씹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미래를 위해 씹는다.

의문점
한가지..그녀는 그를 사랑했을까?
또 하나..그녀의 아이들 둘째 셋째는, 진우, 연우는 그녀가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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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ald Green 2004-02-2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땐 리플 달지 않았지만..내 생각에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진 않은 것 같다.
소설 중간중간에도 그가 그녀의 마음에 회의를 품은 글귀들이 나오잖니..
사랑보다는 살아가는 일이 급했던 그녀 아니겠니..진우,연우는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일반적인 의미의 자식이라면..다만,더이상 그녀의 집에 속한 존재는
아니겠지. 그녀는 새로운 집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선 한결 가벼워진 출발이 아닐까?(이래서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ㅎㅎ)

비로그인 2004-03-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이후 그 여자 단편작품 열 개 모이면 평론 써봐. 그 여자도 되게 좋아할 거 같당.

좋은사람 2004-03-1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여자여..빨랑 열작품을 써다오..머리에 김나게 함 써보자꾸나 ㅎㅎ
 

여길 어떻게 시작할까...하다가 그냥 컴을 끄고

습관적으로 손에 쥘 책이 없나...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선이 한테 빌려온 Short Cut 이 눈에 띄었다..

저번 크리스마스 모임에 빌려온 이후로 아직까지 한 챕터를 못 나가고 있었다..

방학이라 여행을 다녀온 것은 그리 핑계가 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도 아이들 동화책은 몇 권이나 읽어 치웠기 때문에..

근데..갑자기 오늘따라 short cut 이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short cut 체질인가부다..라는 깨달음이 ㅎㅎㅎ

어쩌면

여기저기 어디 지름길(short cut)이 없나...하고 두리번 거리다..

(그래서 술술 읽히는 동화책을 선호하는 가??)

그러다 결국은 더 시간을 끄는 형국...

 아..그래서 난 하루하루가 지겨우면서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나마 Short cut 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먼저 머리라도 short cut 을 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음력 설도 막 지났으니 New Cut 도 그리 늦은 건 아닐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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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cho 2004-02-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경아, 나도 여기 방을 만들긴 했는데 자꾸만 부담이 되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요즘 옛날에 읽었던 책이없을까 하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구나...
그것 만으로도 난 성공했다고봐, 사실 책을 놓은지가 참 오래 되었거든.
현경이 너도 이 방을 통해 예전에 학창시절 읽었던 좋은책 떠올리면서 좋은글 많이 올려주기바란다.

비로그인 2004-02-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시작했구나. 어떤 종류의 벽돌을 원하시나용? ^^ 이거 쓰고나서 성연이네 집에도 놀라가야쥐~ 현경아. 전에 물어본 책 제목, 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 라더라. 아마존닷컴에 있더라. 근데 도서관에서 걍 빌려보고 나서 느무느무 좋으면 사서보길. 흥, 참견 말라구? 호호... 아직 취향을 몰라갖구, 잘못 소개했다 뺨 석 대 맞을까봐.. 맞으문 아프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