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공중에 붕 떠있다. 비행기를 타고 있는 공간이나,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그래서 아이들을 빼앗기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정신 상태 역시 불안정하게 붕 떠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로의 여행인 듯싶은 미국 남자의 책 읽기는 그녀의 막 지난 과거로 이야기를 되돌려간다.

그녀의 죽은 남편 그는 소위 기러기 남편이다. 첫아이 현우의 다운 증후군 때문에 시댁에서 배척당하는 아내와 다른 두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한국에서 홀로 살고 있다. 방학 때 마다 한국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아내는 이제는 더 이상 못 돌아 올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3년을 지켜왔던 집을 전세 주고 그는 오피스텔에서 살게 된다. 그 역시 붕 떠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붕 떠있지 않은 밑바닥 지하실 공간 하나는 남아 그에게 위안이 된다.지하실이 물이 찰 만큼 비가 온 것은 그의 마음 속의 변화를 의미한 것일까.그 이후로 그 집 아이들과 친해지며 그는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된다.그러나 그것도 잠시,그 집 부인의 제재로 그만두게 된다.
그는 이제 지하실에도 잘 가지 않는다.이제 그는 갈 집이 없다.전세 준 집도 낯설은 오피스텔도 미국에 아내가 사는 아파트도 그에겐 집이 아니다.집이 없는 그에겐 사는 것이 무기력하다. 어쩌면 아내가 해둔 음식이 그의 마지막 생명줄인 듯하다. 그 음식이 떨어지고 식용유도 떨어져 그 스스로 달갈을 삶아 먹지만 그는 어쩌면 씹지 않았을 것이다.이제는 목구멍도 무력하다.그의 목구멍은 사랑에 목말라 너무 가늘어져서 달걀을 통째로 받아들일 만큼 크지가 않은 것이다.그는 사랑을 갈구 하듯 달걀을 목에 품고 죽는다.

그녀는 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다. 그러나 그녀는 반사적으로 식사를 씹는다.그녀 옆의 미국남자는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었다.공상과학 소설을 읽으며 미래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그녀는 이제 집으로 갈 준비가 되었다.그녀 옆의 가수면 상태였던 한국 여자는 여전히 말 붙일 수가 없지만 잠에서 깨어나 항공 잡지를 읽는다. 그녀는 가수면처럼 느껴졌던 한국에서의 상황을 접고, 이제 미국 남자처럼 현우가 기다리는 미래로, 미국의 집으로 갈 것이다.여전히 공중에 붕 떠있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것은 집으로 향하는 흥분된 과정일 뿐이다.

액자 소설..그와 그녀의 다른 공간..이제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칠 수 없다는 걸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공간…
      비행기 안.
      붕 떠있음
      한국 여자와 미국 남자 사이
그녀의 시간…
      과거..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함
      현재..미국을 향하는 중
      미래..미국에서 보낼 것임
그녀는 두사람 사이에 끼어있지만 그녀의 과거상태였던 가수면 한국여자와 말하기 보다 미래를 상징하는 미국 남자와 대화함으로써 미국에서 현우에게 아빠를 대신하며 살아가야 할 확신을 품게 된다.그녀의 집은 이제 미국이다.
그녀의 정체성 확립..가수면 한국 여자에서 미래(현우)를 향하는 미국 남자

그의  집 ..
물리적.. 오피스텔,
정신적.. 지하실.일기장 ,그녀와 통화 할 수 있는,또 때때로 욕구도 해결 할 수 있는 전화, 때때로 아이들과 같이 한 시간
아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심리적 집의 상실
정든 집을 전세 줌 ..물리적 집의 상실

부인의 말을 들은 그날 아마 그는 아내와 통화 할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 통화가 되었더라도 오히려 단절만 더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그는 그녀의 마지막 음식이 떨어진 후 죽는다.자살이 아니었더라도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달걀..알, 태초로부터 온 것, 생명
삶은 달걀..그에게는 그녀의 음식을 대신 하는 것..넓게 보아선 그가 살수 있게 하는 것..그녀의 사랑..또는 대화..
그러나 이것은 누가 삶아 준 것이 아니라 그가 직접 삶았다..마지막으로 그가 한 행위
씹는다는 것의 의미..그는 처절하게 원했기에 급해서 씹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미래를 위해 씹는다.

의문점
한가지..그녀는 그를 사랑했을까?
또 하나..그녀의 아이들 둘째 셋째는, 진우, 연우는 그녀가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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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ald Green 2004-02-20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땐 리플 달지 않았지만..내 생각에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진 않은 것 같다.
소설 중간중간에도 그가 그녀의 마음에 회의를 품은 글귀들이 나오잖니..
사랑보다는 살아가는 일이 급했던 그녀 아니겠니..진우,연우는 완전히 떼어낼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일반적인 의미의 자식이라면..다만,더이상 그녀의 집에 속한 존재는
아니겠지. 그녀는 새로운 집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선 한결 가벼워진 출발이 아닐까?(이래서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ㅎㅎ)

비로그인 2004-03-0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이후 그 여자 단편작품 열 개 모이면 평론 써봐. 그 여자도 되게 좋아할 거 같당.

좋은사람 2004-03-1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여자여..빨랑 열작품을 써다오..머리에 김나게 함 써보자꾸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