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마녀와 옷장..어릴 적 친구집에 있는 오렌지 색 장정의 하드커버에 써있던 제목이다.엄마가 졸라도 안 사주던 전집중의 하나였다.사실 안 사주실만도 했다.왜냐하면 그 전집중 대부분은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전집중에 있는 ,중복되는 책이었던 것이다.사자와 마녀와 옷장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미련이 남은 나에겐 상상력을 일으키는 코드였었다.분명히 옷장 속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데 사자와 마녀가 어떻게 엮이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몇해 전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수 있는 기회가 왔다.세월이 흘러 흘러 내아들이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그 책을 발견하는 순간, 아, 아직도 이책이 있구나,하며 감격을 했었다.아들보다 더 열심히 읽으며 작가인 C.S.루이스의 이름을 머리 속에 새겼다.예전에 100m 달리기 선수인 칼 루이스가 연상되니 금방 외워질수 밖에.그러나 그때 읽을 땐 생각보다 재밌다기 보다는 오래된 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기독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었고.아마도 머리가 굳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고.
오늘은 다시 그 책을 읽게 되었다.이번엔 시리즈로 보게 되었다.시리즈로 보니 해리포터 시리즈 못지 않게 짝짝 들어 맞는 퍼즐 같은 얘기에 도저히 다음편을 보지 않고는 못견딜 만큼 흥미진진했다.마법사의 조카,사자와 마녀와 옷장,말과 소년,케스피언의 왕자....아직도 나니아 나라 이야기가 끝나려면 3권이 남아있다.하루종일 그 책을 목타는 갈증을 해결하듯 허겁지겁 읽으며,새삼 환타지에 열중하는 나를 발견하여 행복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과는 친구 사이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이 톨킨의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 아들은 호빗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아직 호빗을 안 읽은 나로서는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저녁을 먹으며 어릴때 읽었던 영국 동화 속의 요정,거인,난쟁이,켄타우로스들의 이야기를 남편과 아이들과 나누었다.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영국작가인 루이스의 글이나 톨킨,조앤 롤링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요정의 세계가 너무 궁금해서 방하나를 영국이라고 꾸며놓고 인형과 아름다운 그림책을 펼쳐서 나름대로 인형집이라고 꾸며놓고 엄마에게 치우지 말라고 했던 일이 떠올라 새삼스레 미소가 지어졌다.환타지에 빠져 꿈꾸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오즈의 마법사,나니아 이야기,호빗,반지의 제왕,해리포터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아직 못읽은 책들은 꼭보고 비교해 보리라. 올해가 가기전에 해야겠다.
사족..교회에서 빌려왔는데..같이 빌려온 무라까미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는 지금 내 침대 옆에서 먼지를 쓰고 뒹굴고 있다.한때 미친 듯이 읽었던 하루끼는 왜이리 읽기가 싫은 걸까.앞장을 펴봐도 내가 이 책을 읽었던 가 하는 의심 마저 드니...하루끼도 묘한 흐름으로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소설을 쓰고 있지만 루이스에서 하루끼는 아무래도 너무나 많은 갭이 있다.
또 사족..글을 쓰고 쭉 읽어보니 넘 재미없게 썼다.책은 무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겨우 이따위 글이나 쓰다니.아무래도 내가 나니아 나라에 너무 빠져 머리가 멍한 탓이라고 돌리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