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날을 몰랐다가 늦게 결과를 알게 되었다. 여소야대라니!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야권의 승리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삼십대의 투표율 증가와 여당의 공천 파동에 따른 여권 지지자들의 소극적 투표 등등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러면 여권의 공천 파동이 없었다면 거의 무정부적인 국정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이겼을까? 이겼겠지...
한국에는 국가나 정부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국가는 국민의 행복에 책임을 진다는 입장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다수 국민들이 이 입장에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는 사실상 국민의 행복에 책임을 질 수 없으며, 국가의 책무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에서는 철저한 반공 노선을 고수하는 정부라면 정부로서의 책임을 거진 다한 셈이 될 것이다. 내가 관찰하기로, 일베가 바로 이런 입장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노년 세대 또한 그렇다. 국가가 어떻게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나?
이런 입장들은 이데올로기적이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더 옳은가를 놓고 논쟁할 필요는 없다. 그런 논쟁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어떤 입장을 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첫 번째 입장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잘못하면 정권을 교체한다는 관념이 아주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정권 교체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아시아에서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 독립 운동의 경험과 419의 경험, 민주화 투쟁의 경험, 정권 교체의 경험... 이러한 경험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커다란 성과이자 자산이다. 그런데 새누리당 세력이 줄기차게 지워내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자산이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본질적으로 이념 싸움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야권이 이념 싸움으로 가면 백퍼센트 진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그렇다. 그러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