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창비세계문학 40
마리오 베네데티 지음, 김현균 옮김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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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읽고 싶었던 바로 그런 소설이라고. 책날개에 "연애소설로만 읽으면 안될 것"이라고 적혀 있는데 난 반대로 말하고 싶다. 연애소설로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처럼 여러 층위를 갖고 있는 소설. 소품이지만 진짜 소설.

 

내용에 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은퇴를 앞 둔 49세 남자와 20대 초반의 신입 여직원 사이의 사랑을 그린 1960년대 작품이다. 배경은 우루과이. 모든 진지한(?) 문학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도 세계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세계에는 의미가 있는가, 사랑이란 것이 가능한가? 화자인 중년 남자는 이 모든 질문에 부정적이다. 이 남자는 세계의 근본적인 무를 두 눈 딱 뜨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면적 관계(돈, 권력, 가족, 성 등등)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름의 회피를 하는데 이 남자는 딱하게도 순진하여 그런 알량한 것으로 스스로를 속일 수도 없다. 그리하여 그의 외관은 무기력, 허무, 고독, 위악, 냉소 등으로 채색된다. 이 중년 남자의 딸은 그런 아빠를 보고 운다. "난, 아빠처럼 늙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요..."  

이런 그에게 어느날 사랑이 찾아온다. 그런데 과연 사랑이란 가능한 것일까? 휴전은 인정한다 치더라도 영구적인 평화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탐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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