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지에서 해외 생활을 오래 하시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신 분이 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하긴 했지만 옛날 한국 사람같은 분이었다. 약간의 꼰대 기질.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 하고...
이 분이 한국 들어갈 때 피터 가브리엘의 솔로 데뷰 앨범을 선물로 드렸다. 특히 솔즈베리 힐이라는 곡을 들으면 영국 기억이 나실 것이다.
이 분의 아내분과 고등학생 아들은 영국에 남았다. 학업 문제로. 이 분은 한국에서 2년 정도 혼자 살아야 한다. 그 술 좋아하던 꼰대 양반이 한국에서 혼자 어떻게 살아낼려나?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해외 돌아다니면서 이러 저러한 일을 20년 동안 했구나 하며... 그리고 피아노와 성악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한 10년, 2년 정도 잡으신다고 하셨다.
일 밖에 모르던 분이(가족도 관심 밖) 뚱딴지 없게 피아노, 성악을 시작했다는 말에,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멋지다고 생각될까? 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을 보면 90이 넘은 중국 할아버지들이 성경을 읽으려고 한지에 묵으로 글씨를 그려가며 히브리어를 배우는 대목이 나온다.
나이에 상관없이 뭔가를 배우고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멋지게 보이는 것은, 아마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로 사람을 정의하려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나이가 도대체 사람에게 무엇을 주는가? 없다. 꾸준하게 배우고 꾸준하게 뭔가를 시작하여 새로운 것을 경험하여야 한다. 인생이 우리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 외의 방법은 정말이지 없다고 생각한다.
(솔즈베리 힐에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약간 높은 언덕이다. 주변에 푯말도 없고 해서 찾아가기 정말 힘들었다. 정상이 목장 건물에 가려 있어서 거의 다 오른 순간까지도 긴가 민가 했었다. 오르고 나니 인근 바쓰라는 도시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가끔은 그런 관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도 그런 시간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