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날(9/12) 드디어 잔디를 깔았다. 까만 표토층을 먼저 깔고 융단처럼 말려 배달되어 온 잔디를 깔았다. 큰 일 하나를 끝낸 것 같아 홀가분했다.


몇칠 비가 많이 왔는데 정원 바닥을 평평히 하느라고 흙을 너무 까낸 탓에 펜스 아래쪽이 약간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웃집 흙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급히 급히, 비도 맞아 가며 목책을 댔다. 


어제 친구네가 놀러 왔었다. 처음으로 정원 잔디를 자랑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잔디를 깔고 나니 정원이 작아보인다고 한다. 이전에 나무, 수풀이 있었을 때가 더 낫다나... -아이 말을 듣고 보니 정원이 확실히 작아 보이긴 하더라. 그래도 난 잔디 위에 마루가 있는 지금의 정원이 훨씬 좋다.


영국 사람들에게 정원은 정말 특별한 존재다. 정원은 보통 집 뒤편에 있어서 바깥에선 보이지 않는다. 초대를 받아 집에 들어서야 비로서 정원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보통은 자기 가족들만 볼 수 있는 정원에 그토록 에너지를 쏟는 영국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다. 


옆집 노인 부부 집 정원은 바닥에 잔돌을 깔았다. 그래서 그 집 부부가 정원을 돌아다닐 때마다 소리가 난다. 어느날 새벽 한 시에 정원을 돌아다니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적도 있다. 이 분들은 늘 정원을 거닐며 거기서 뭔가를 한다. 꽃을 심는 것 같다. 꽃을 갈아 심는 것이리라. 그 꽃을 즐길 사람은 노인 부부 밖에 없을 것이지만, 이 분들은 늘 (아마 매주나 격주) 그렇게 꽃을 갈아 심는 것이리라. 이런 부분이 영국 사람들의 심성의 한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정원을 그렇게 애지중지할 생각은 없다. 날 좋은 날이면 거기서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먹고 마시고 얘기를 나누기를 기대한다. 나는 좀 게을러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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