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공작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국정원의 가장 큰 죄악은 여론 형성 자체를 봉쇄하려 한 것이다. 잇슈마다 좌빨, 종북, 전라도 운운하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타나면 사람들은 좌절하여 논리적인 의견 제시를 포기하게 된다. 이것이 국정원이 노린 것일 테고, 결과적으로 국정원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상이 자유로이 소통하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정의다. 어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반민주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상의 내용보다는 그것이 누구를 통해 이야기되었는지에 따라 가치를 분배한다. 더 학력이 높은 사람, 더 나이가 많은 사람, 더 직위가 높은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착하게 생긴 사람, 더 예쁘게 생긴 사람, 피부색이 나와 비슷한 사람(한국인들의 경우는 자신들보다 피부색이 더 하얀 사람), 어투가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고향이 같은 사람... 등등. 민주주의는 원천에 상관없이 사상 그 자체를 가지고 사상을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추상적이다. 민주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본능에 반하여 행동하게 한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국정원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악을 끼쳤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아주 아주 어리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시민 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의 사상 공작이 이 정도로 철저하게 먹혀 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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