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귀한 자료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얼른 읽었다.

2. 이런 국가기밀 자료를 국정원에서 공개했다는 사실이 한국의 현재 모습이다. 국정원은, 특히 일본과 미국의 정보기관에 아주 좋은 일을 해줬다.

3. 읽으면서 느낀 건 노무현의 열정과 김정일의 회의감이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노무현은 김정일의 회의적인 태도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낸 것 같았다.

4. 나는 노무현의 노선에 동의한다. 현재 남북 교류에 가장 커다란 장애는 북핵이다. 그런데 북핵은 남북 문제라기 보다는 북미 문제다. 북핵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기 위해 가질 수 있는, 북한이 판단하기에 거의 유일한 카드다. 그러므로 남한이 북한에게 북핵을 포기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북한이 응할 리가 없다. 만약 북핵 포기를 남북 대화의 선제조건으로 내건다면, 그건 남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

5. 그러므로 북핵 문제는 다자간 테이블에서, 즉 6자 회담에서 논하는 것이 옳고, 그렇게 의제를 독립시키는 것이 옳다. 

6. 사람들은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걸 아주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북한에 강경하게 대하는 걸 지지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유치한 생각이다.

7.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화를 단절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한다고 해보자.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어 질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엎어진다고 해보자. 이 말은 북한의 예측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불투명해진다는 걸 뜻한다. 전 지역이 군사 요새인 북한에서 누가 정권을 잡게 될지, 군부 끼리의 준내전 상황으로 치달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것이고, 그것은 인접한 한국과 중국에 재앙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에. 북한 난민 한 100만명이 일시에 경기도 일대로 넘어온다고 상상해 보라. 

8. 나는 한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부를 확실히 통제하고 있는 실권자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한반도를 관리하는 열쇠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정상회담 가서 하고자 한 일이 이런 것이었다.

9. 북한의 불안정화를 가장 두려워 하는 나라는, 역설적으로 중국인 것 같다. 한국 정부는, 믿기지 않게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북한은 중국의 자본으로 지탱될 것이다.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심화된 상태에서는, 만약 김정은이 맘에 들지 않으면 중국은 친중 세력으로 정권 교체를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을 스스로 빼내고, 중국에 그것을 양보하는 것 같다.   

10.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너무 멀리 갔다. 개성공단이 그렇고, 정성회담록 공개가 그렇다.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아마 70 ~ 80%의 국민 지지도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가 북한에 강경하게 대하면 대할 수록 그의 지지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박근혜를 탓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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