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의 "윤이상"을 읽었다.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서양의 현대성과 동양의 전통성이 거기서 만난다. 한국의 각박한 정치 현실과 현대 음악의 추상성이 거기서 만난다. 박정희 군사 정권에 고문당하여 피폐해진 몸으로 차가운 형무소 바닥에 엎드려 고대의 장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희극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을 쓰고 있는 윤이상을 상상해 보라.
예전에 윤이상의 흔적을 찾아 통영에 갔었다. 상시적으로 국제 음악회가 열리는 음악당 길 맞은 편에는 철공소들이 줄지어 있었다. 기묘한 부조화지만 윤이상의 존재 이상으로 역설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윤이상의 음악은 어렵다. 어디서 숨을 죽여야 하고 어디서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멜로디도 화성도 리듬도 없고 길고 불안하게 이어지는 음향만 있는 것 같다. 내가 그 문법을 알지 못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현대 음악의 무엇에 관한 것인지도 나는 모른다. 그러나 무지를 부끄러워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좋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