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나의 소논문의 오류가 드러나고 있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한정된 자료를 갖고 급히 써낸 글의 전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우길 수 있는 만큼은 논리가 선명하고 문헌 근거도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해답이 너무 쉬워 보인다는 것이다.

럿셀의 판단 이론-명제의 뜻-그림 이론으로 연결되는 구도는 맞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정에서 패러다임 간의 충돌을 과장했다. 그러므로 5.542에 대한 나의 해석은 너무 일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 형이상학적 주체에 대한 강조도 과도하다. 분명한 것은, 비트겐쉬타인이 형이상학적 주체를 통해 논리 공간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트겐쉬타인은 논리 공간 개념을 형이상학적 주체(혹은 영원의 상 아래서 바라봄)와 연결시킴으로써 건축술적인 기교를 발휘한 것 뿐이다. -이런 장치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

나는 비트겐쉬타인을 너무 관념적인 철학자로 만들어 버렸다. 너무 쉬운 해답을 고안한 철학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 의미는 내가 그의 사고의 깊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 징표를 나는 나의 소논문의 조잡함에서 발견한다. -기분 좋은 아침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