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적 주체에 대한 언급은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는 단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게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는 규칙을 환기할 뿐이다.

과학의 예를 들어보자. 과학, 예를 들자면 물리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우리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즉, 보편성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뉴턴의 역학에서 이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뉴턴이 한 일은 사과와 달의 운동에 동일한 방정식을 적용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턴이 한 일은 사과와 달의 운동에 동일한 운동 법칙이 적용될 수 있으려면 그 방정식이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가를 밝힌 것이다. 뉴턴이 한 일이 사과와 달의 운동에 동일한 운동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아님에 주의하자.

이 점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예로 들어보자. 이 이론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이 이론은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우주에 동일한 방정식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그 방정식이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아인쉬타인이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우주에 동일한 방정식이 적용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님에 주의하자.

보존 법칙은 선험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떤 보존 법칙이 깨진다는 것은 그보다 상위 수준에서 다른 보존이 지켜짐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질량 보존의 법칙.

이런 것이 지시하는 것은 우주가 이해가능하게 조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진정 이해할 수 없는 것은(그러므로 신비한 것은) 우주가 이해가능하다는 것이다."(아인쉬타인)

비슷한 버전의 비트겐쉬타인의 말: "It is not how things are in the world that is mystical, but that it exists."(6.44)

그러나 이런 식의 언급들은 비트겐쉬타인 스스로의 금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금언을 어기는 것이다. 저런 언급들은, 우주에는 어떤 보편적인 법칙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증명할 수 없으므로 그에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우리의 느낌은 "신비롭다"는 감정을 동반한다... 라는 식의 말을 에둘러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동 방정식은 우주의 구조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주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측정치를 주면 결과값으로 우리가 일련의 숫자값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명백히 파인만주의자이다. 나는 파인만이 비트겐쉬타인보다 철학적으로 깊다고 느낀다. (물론 옆집 아저씨도 형이상학적 잡설에 짜증스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파인만이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다. 물리학이든, 철학이든, 언어학이든 탐구의 전제로서 문제 영역에 대한 어떤 구조를 전제하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구조는 철저하게 도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조에 은연 중에 어떤 존재론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행위를 나는 철학적 유치함의 징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비트겐쉬타인의 "논고"는 유치하다. 그 유치함이 "논고"가 끼칠 수 있는 해악 중 최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고"는 철학자가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을 때 쓸 만한 책의 전형과 같은 것이다. 말해질 수는 없으나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스스로 드러나는 것? 언어에 한계를 설정하고 그 한계의 장막 뒤에 어떤 가치를 숨겨두려는 철학적 사기. 그러나 단언하건대, 그 장막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뭔가가 있다면 그것은 언어적으로 분명하게 말해졌을 것이다.

드러난 만큼, 표현된 만큼만 존재한다. 더 많이 드러날 수록 더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 곧 선이다. 그러므로 나는 스피노자주의자다.

존재에 한계를 긋는 것을 나는 철학적 퇴행이라고 부른다. 그러한 한계는 그어질 수 없다. 신이 아니라면! 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말은, 가능한 최대한 말하라는 의미다.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상정하여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를 긋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한 금지는 언제나 실패한다. 아 프리오리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아 프리오리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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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1-11-30 18:06   좋아요 0 | URL
하하 반갑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선택가능한 유일한 것으로 보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