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안철수와 박경철 2"를 보았다. 텔레비젼을 향해 고개를 잔뜩 내밀고 때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껄껄 웃으며 그 시간을 즐겼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았다. 지리산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이 또박또박 질문하는 모습이 예뻤다. 어느 남학생이 이병철의 인재론을 얘기하자 두 분 중 한 분이 그 이면을 얘기해 주는 장면에선 부드러운 긴장감을 느꼈다. 이름만 직접 대지 않았지 이명박식의 하면 된다는 논리를 반박해 주는 장면에선 이 스페셜의 담당 PD의 용기가 고마왔다. 박경철씨가 딸과 부비부비 하는 사진들을 보면서는 그냥 꽉! 딸을 낳고 싶어졌다.^^

가장 좋았던 것.
보통 진보적(?)인 성향의 인사들은 비주류로 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경우 비주류에서 비롯되는 찌질함이나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심하게 노출된다. 비주류, 찌질함, 아마추어성 등에서 귀결되는 것은 현실적인 힘의 부재다. 그네들의 현실적인 영향력은 그네들만의 작은 동호회 안에서 부비부비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특히 안철수씨의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그가 철저하게 자신의 경력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 보니 안철수씨는 서울대의 한 기술대학원의 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그의 사고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한국의 주류 집단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안철수씨는 주류 집단의 한가운데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주류의 찌질함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목소리로 말이다.

안철수씨는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진보를 꿈꾼다면 우리 자신을 쉽사리 비주류로 좌천시켜서는 안된다. 그것은 현실적인 힘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철수씨가 스스로를 주류의 핵심 안으로 깊숙히 밀어넣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두 말할 필요없이 그의 실력일 것이다.

이상을 부르짖으며 제도의 벽에 좌절하다 비주류로 장을 옮겨 투쟁하는 것보다 주류 안에서 주류들 이상의 실력을 증명하면서 살아남아 발전해 가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안철수씨는 훨씬 더 힘든 길을 갔고 그런 방식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철수씨와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올수록 우리 사회는 더 나아져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진보와 합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더 높은 실력을 확보해야 함을 뜻하는 것일 테다. 더 이상은  아마추어리즘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은 찌질함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은 비주류적인 투덜댐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