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스티븐 내들러(김호경 번역)의 "스피노자" 11장, 12장을 읽었다.

1. 스티븐 내들러. 지난 5월11일날 책을 받고 두어 시간 열정을 들이고 나서는 책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나의 열정이 급격히 식은 이유를 스티븐 내들러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서문에서 재빠르게 변명을 한다. 

" 나의 목적은 스피노자 사상에 대한 다양한 자료, 즉 그에게 영향을 끼쳤던 가능한 모든 사상가들과 전승들을 조사하고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사람도 평생 완성할 수 없는 막대한 과제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매우 분명하게도 이 책은 "지적인" 전기가 아니다."(볼드체 강조는 내가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싶다. 내들러씨, 그러면 사람들이 철학자가 쓴 철학자의 전기에 대해 무엇을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더구나 당신이 동원한 방대한 유대 관련 문헌들이란!

고집을 부리면서도 나는 미소를 짓는다. 스티븐 내들러가 저리 변명을 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비판을 많이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더구나 스티븐 내들러의 변명에는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 즉, 스피노자 사상의 원천을 조사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삶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만 열거해 보자. 스콜라 철학, 아랍 철학, 네오 스콜라 철학, 유대 철학... 더 진행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이미 기가 꺽여 버린다.

뭐... 한국의 어떤 분은 스콜라 철학을 모르고서는 스피노자를 논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 나는 이런 말을 무척 싫어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논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열거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튼 그 분과 스티븐 내들러와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즉, 스티븐 내들러는 자신의 작품을 내고 평가를 받는 자리에서 스피노자 사상의 원천을 파악하는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고 그 분은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안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평가한 것이다. 작품을 썼으므로 평가받아야 하는 사람과 작품을 쓰지 않았으므로 자신은 평가받을 필요없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 누가 우리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할까? (물론 그 분의 저 말은 스피노자 철학에 있어 스콜라 전승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떻게 중요하다는 것인지를 밝히지 않는 한 이런 말은 허세에 불과하다고 본다.)

존경합니다, 내들러씨.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여 이렇듯 완전판 스피노자 전기를 내주셔서!

2. 전습록에 있는 이야기 중 하나.
양명의 제자: 주일이란 무엇입니까? 예컨대 책을 읽을 때 오로지 책에만 마음을 두는 것이 주일인가요?
양명: 그럼 색을 좋아할 때 오로지 색에만 마음을 두는 것도 주일이냐? 주일이란 진리와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한단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양명에게 이렇게 물어야 할 차례인 것 같다. 진리란 무엇인지, 진리와 하나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우리가 진리 안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어쩌면 스피노자가 답을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이 진리 안에 있다면 당신은 당신이 진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말장난! 하고 외치고 싶다. 그러나 조금 신중해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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