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유튭에서 우연히 에코프로라는 기업을 알게 되었다. 유튭에 삼프로 채널의 해명 동영상이 떴고, 이게 뭔 얘기지 하며 검색해보다 밧떼리 아저씨, 2차 전지, 에코프로... 등등으로 이어지는 토끼굴을 따라가게 된 것이다.


미래 한국의 먹거리가 되어 줄 중요한 산업 영역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흐뭇해졌고, 그런 기업이 아직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런데 한 가지 판단하기 극히 어려운 미묘한 점이 있었다. 2차 전지 주식들이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측(대표적으로는 밧데리 아저씨)은 한국 기업들에 대한 풍부한 기술적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공매도 세력(즉, 기관)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분개와, 중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일종의 애국심을 집중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 한국 2차 전지 관련 주식을 살 것인가를 두고 아내와 상의하면서 우리는 이 둘을 분리해 전자만을 고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둘이 깔끔하게 분리될 수 있는가? 비이성적인 측면에 호소하여 대중적 지지를 모아놓고는 곧장 수직 낙하한 허다한 사례들이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우리는 관련 주식들을 사지 않았다. 사려고 했는데, 해외에서 한국 계좌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포기했다.)


그러다 어제 에코프로의 창업자이자 전회장인 이동채가 법정구속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새로운 토끼굴이었다. 이동채가 공시전에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여 이득을 챙겼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것이다. 공매도 세력의 불공정 게임에 분개하는 그 많은 유튭 채널들이 이동채의, 시장을 교란하는, 이런 적나라한 불법에 입을 닫고 있었다는 것에 의아했고, 이런 범죄에 대해 일심에서 집행유예가 났었다는 것에도 놀랐다. 이동채는 지주회사인 에코프로 산하에 오로지 이동채 가족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인 가족 회사를 만들어 두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에코프로 산하 기업들이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이동채 가족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사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에코프로 주가가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이동채의 바로 그 가족 회사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술 관련 회사인 에코프로가 난데없이 포항에서 골프장 사업을 하면서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도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숨이 나왔다. 여기 작은 삼성이 있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 아마도 인정. 그러나 창업주 주변에, 창업주의 지분율 확보라든지, 가업 승계라든지 하는 이해 관계의 관철을 위해 온갖 불투명한 장치들이 다 동원되고 있는 것 같다. 남는 것은 불투명성이다. 그런 불투명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알 수 있는가? 당장 창업주 이동채는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거래를 하고 이득을 챙겨서 차명 계좌에 넣어둔 것 아닌가? 이런 불투명한 시장에 무엇을 믿고 투자를 할까? 한국의 주식 시장이 그 오랜 기간 상자 안에 갇혀 있는 이유를 이번에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시장의 불투명성이다. 물론, 이런 불투명성을 안고도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 현실은 현실이다. 에코프로의 실적만 제대로 나온다면이야 이동채가 가족 회사를 만들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아주 일부 빨아간들 대수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투명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체의 이익이 꼭이 나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어쨌든 나는 이동채의 법정구속 관련 소식을 찾아보고는 도대체 한국의 기업들이 2023년을 살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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