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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평점 :
내 기억에 이 책을 첫 번째로 읽은 것은, 지금이 두 번째이고, 중2때였던 것 같다. 무척 충격적인 책이었다. 루팽 대 홈즈 수준의 독서에서 넘어갔으니 그랬을 수도 있는데, 첫 문장의 장황함, 충격적일 정도로 적나라한 인간 실재에 대한 묘사, 그러다 후반부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상범들, 늙은 현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약에 대한 강독까지... 이런 것이 소설이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이런 것이 소설인가 하는 의구심 사이를 오가게 하는, 쉽게 갈피를 잡기 힘든 작품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충격은 여전했다. 톨스토이 개인의 주관이 불쑥불쑥 끼여드는 것에 대해서는 선호나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그 점을 제하고 보면 이 책은 시간의 풍화를 전혀 겪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19세기에 톨스토이가 이 책을 출간하여 중2인 내가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시간적 괴리감과 현재의 내가 부활을 다시 읽으며 중2적 시대를 되돌아보았을 때 느끼게 되는 시간적 괴리감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이야기일까? 종종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시대는 참으로 노회한 시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부활의 곳곳을 장식하는 이상주의적 귀절들은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위화감을 주지 않는가? 그러나 아이러니는 부활은 철저하게 사실주의적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상은 어디에서 배어나오는가? 그것은 도저한 사실주의와 노회함 속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부활이라는 작품은 이에 대해 긍정의 답을 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