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튭으로 개표 결과를 내내 지켜보았고 윤석열의 이름 옆에 유력이 떴을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저녁으로, 그 날 먹기로 되어 있던 그 음식인 치킨을 먹었는데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는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아, 현실이라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저렇게 저열한 대통령이라니...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를 놓고는 후보 역량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에 나는 한 톨의 의심도 없이 이재명의 당선을 확신했었다. 이제 패배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 60대 이상의 투표율과 득표율이 너무 높았다. 또 하나, 기이한 마법. 20대 남자와 60 대 이상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일치한다는 것! --- 예컨대, 이곳 영국에서의 브렉싯 투표는 세대 대결이었고, EU 잔류파인 젊은이들의 패배로 끝났다. 그걸 보면서 나는 내가 앞으로 노인 세대가 되면 젊은 세대의 의향을 따라 투표하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제 느끼는 것은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선거 운동을 펼친 이재명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선거 운동 내내 박빙 열세, 혹은 완연한 열세였음에도 굽힘없이 정책 대결로 끌고 간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재명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말했듯이 한국의 시민과 역사를 믿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좌절을 겪었지만 역사는 원래 그런 식으로 흘러 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재는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어떤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하여 선진국의 막차를 탄 어머 어마한 나라다.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려왔다. 내 관점에서 이재명이란 그렇게 내달려 온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를 의미했다. 그 쉼없음에서 기인하는 피로에 대해. 나는 이번 대선 패배를 그 누적된 피로의 한 양상이라고 본다. 그것은 성찰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적 수준에서든, 개인적 영역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