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죽은 나무(거의 100% 우리 땅에 있음), 가운데 잡목(70% 이상 우리 땅에 있음), 그리고 오른쪽 죽은 나무(거의 100% 저쪽 땅에 있음) 모두에 대해 저쪽 집 부부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앞에 쌓아놓은 것은 내가 경계 부근에서 긁어낸 돼지 똥 퇴비이다.)


1. 가든의 정글을 걷어내면서 옆집 부부가 우리 집 경계 너머에까지 돼지 똥을 지푸라기와 섞어 투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치워줄 것과, 퇴비는 퇴비통을 이용하여 만들 것을 몇 번 요청했지만, 옆집 부부는 이를 확고하게 거절했다. 


2. 가든 이용에 대한 우리의 권리와, 돼지 퇴비 조성 방법에 대한 옆집의 권리가 충돌하였으므로 구청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문의하였고 이 문의 사실을 옆집에 알렸다.


3. 이를 알린 바로 그날 밤 옆집 남자가 찾아와 경계에 있는 나무를 더 이상 자르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 펜스를 어떻게 짓냐는 나의 항변에 그는 우회하라고 대꾸했다. 옆집 남자가 몹시 흥분해 있었으므로 다음에 다시 대화하자며 그를 일단 돌려보냈다. 


4. 다음 날 아침 경계 부근의 나무들을 확인해 본 결과 사진 아래에 쓴 것과 같았다. 원래 펜스 설치는 내가 하려 했지만, 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업자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펜치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돼지나 옆집 부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든 작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그 전에도 돼지 밥 주는 시간에는 작업을 멈추어주고는 했다. 옆 집 땅에 거의 100% 뿌리를 두고 있는 죽은 나무는, 펜스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해서 그대로 놔두고, 나머지 나무들은 자르겠다고, 펜스 업자 오는 날 일주일 전에, 그리고 그 전날에 다시 고지를 했다. 옆집 남자는 그렇게 하라고 했다.


5. 펜스 업자가 작업을 하러 오자 옆집 아주머니가 나타나서 저 나무들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나무에 손대면 고소하겠다고 업자를 위협했다. 결국 펜스 업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6. 펜스 업자가 떠나고 나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곡괭이와 삽과 톱 등을 챙겨들었다. 작업 안전을 위해 우리 집 영역의 잡목들을 마져 잘랐고, 경계선에 나란하게 있던 그루터기 몇 개를 캐내었고, 지저분한 와이어와 잡목들을 치우고, 돼지 똥 퇴비 등을 전부 긁어내고, 땅에 박힌 강철 파이프를 뽑아내고, 종종 일을 멈추고 채증 사진을 찍었다. 1 미터 바로 옆에 돼지들이 있었고, 옆집 부부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에 집중했다. 배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의 효율이 높아졌다. 강철 파이프를 뽑는데, 예전 같았으면 골판지라도 옆에 대서 소음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가? 실력에는 실력이, 권리에는 권리가 맞붙을 뿐이다. 이를 분쟁이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신뢰에 기반하여 형성된 관계 밖에는, 다만 게임이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옆집 부부들은 돼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주 내에 펜스를 지으라고 주장했었다(뭐라고?). 이에 대해 나와 나의 아내는 펜스 짓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로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열려 있는 돼지 우리 앞에서 나는 곡괭이질을 하게 될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한국에 층간 소음 문제가 있다면 영국에는 경계 분쟁이 있다. 물론, 한국도 그렇겠지만 영국에도 이런 사람들만(이런 사람들에는 우리 부부도 포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란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 나무를 자르다가 옆 집 할아버지네 펜스를 박살내고, 나무들에 크게 상처를 주었는데, 그 할아버지네는 털털 웃으시며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주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