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튭으로 핑크 플로이드 음악을 즐겨 들었더니 위와 같은 타겟 광고가 왔고, 그래서 아내와 함께 동네 극장에 가서 보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베이스 주자이자 주 작사/작곡자인 로저 워터스가 2017/18에 전세계를 돌며 공연한 것 중 네덜란드 단일 공연을 영상화한 것이다. 로저 워터스의 나이가 이미 70대 중반에 이르렀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기나 할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의 목 상태나 활기는 전혀 걱정할 바가 아니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베스트 곡들에 2017년에 나온 로저 워터스의 새 앨범의 몇 곡을 더해 연주하였다. (위 영상에서 젊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로저 워터스의 신보 중 '데쟈뷰' 라는 곡이 연주 중이었다. 미국의 드론 폭격 정책 등을 비판하는 매우 정치적인 곡이다.) 



같은 투어 영상 중 멕시코에서 공연한 것이라 한다. 핑크 플로이드 앨범 중 가장 에너지와 긴장감이 넘치는 '애니멀스' 중의 한 곡인데, 가히 멕시코 관중들을 미치게 만들었다고 할 만 하다. 멕시코 젊은이들 앞에서 트럼프를 비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 같다. (로저 워터스는 내년에, 그러니까 트럼프 재선의 해에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공연을 연다고 한다. 공연 장소 중 하나로 멕시코를 선택한 이유는 설명이 달리 필요 없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내년 공연이 그의 마지막 공연일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공연하면 꼭 보러 가려 했는데...)


저번 주 아침에 뉴스 프로그램에서 샌 프란시스코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뤘다는 영화 The last black man in san francisco 리뷰를 보고는 이건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 저녁에 바로 근처 오데온 극장에서 가서 이 영화를 봤다. 잘 만든 영화이긴 했는데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들이 현실과 밀착된 생활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영화는 시와 같았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작가로 내 머리에 떠오른 사람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켄 로치. (알아보니 마침 그의 새 영화가 개봉했고 이번 주말에 런던으로 보러 갈 예정이다. 택배 배달과 같은 임시직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현대의 빈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시리아에 떨어지는 폭탄들, 난민들 문제가 뉴스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어느 작가도 이 극명한 현실을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70대의 로저 워터스만이 그 문제를 다루고, 그것으로 앨범을 만든다. 진작 은퇴했어야 할 사람을 두고, 나도 나의 아내도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는 공연을 더 하라고, 앨범을 더 만들라고 아우성이다. 은퇴하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이 대체가능한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켄 로치는 진작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러다 다시 나와서 '다니엘 블레이크'를 만들었고, 이번에 다시 새로운 영화를 만들었다. 켄 로치가 은퇴를 번복한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현대 사회의 절대적 빈곤. 감독 하나를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 빈곤 탓이다. 버니 샌더스같은 정치인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값싼 번민들은 넘쳐 난다. 우리가 그것을 값싸다고 하는 이유는 거기에는 쏘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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