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모처럼 런던의 포일스 서점에 갔다. 포일스 서점은 런던에서 제일 커다란 서점일 것이며, 아마도 런던에서 유일한 대형 서점일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교보문고. 


1, 2년 전에 큰 공사를 해서 내부를 단장해 놓은 덕인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책을 한 권이라도 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책값에 치여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예전에 화제를 끌었던 하이데거의 검은 노트북이 세 권인가 네 권으로 번역되어 나와있었고 꼭 사고 싶었지만 50파운드나 하기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 요즘 하루에 2 페이지 정도 꾸준히 이러 저러한 주제로 노트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걸 규칙으로 하고 있는데, 그 통에 그 유치하고 매가리없는 글뭉치들에 매일 매일 좌절을 하고 있다. 대가들의 수준은 어떠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조만간 사게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얼마 전에 "존재와 시간'의 일부를 다시 읽었는데, 그 강렬함은 다른 어떤 철학자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책을 한권도 사지 못하고 포일스 서점을 나서게 되었다. 충족되지 못한 쇼핑 욕구에 이끌려 근처 헌책방들 몇 개가 몰려 있는 거리로 갔다. 내가 즐겨가는 헌책방이 있고 거기 가면 괜찮은 책들이 나와 있을 때가 많았다. 이번에는 1911년에 나온 베르그송에 대한 책을 4 파운드에 샀다. 베르그송과 동시대의 사람들은 베르그송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재밌을 것 같았다.


(사진은 템즈 강의 어느 다리를 건너다 대기가 너무도 투명하여 찍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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