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싯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앞서 한 얘기들이 있어서...


어제 영국 의회에서 브렉싯 합의안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한 영국의 통제권을 강화하는데 EU가 동의한다면 기존의 합의안을 영국 의회가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다. 


EU에서 이 수정안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메이 총리는 EU 지도자들과의 협상에서 아무 것도 얻어갈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는 EU 지도자들과의 협상이 결렬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EU에게 양보안을 받지 못한 채 메이는 영국 의회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기존의 합의안이냐, 노딜이냐 뿐이다." 강경파들은 여전히 반발하겠지만 노딜이라는 재앙 앞에서 영국 의회는 결국 메이의 애초 합의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혹 부결시킬까? 그렇다면 정말 노딜 밖에 답이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노딜 브렉싯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펼친 메이의 승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메이의 합의안은 영국 국민은 물론 영국 의회에서도 인기가 없다. EU 잔류 주장이 가장 많고, 노딜로 나가자는 주장이 그 다음이고, 마지막이 메이의 합의안이다.


일국의 총리가 자신의 국가를 재물 삼아 이런 정치 곡예을 펼친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런 비판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 어떤 지역구 주민의 다수가 노딜 브렉싯을 원한다면 그것은 그 지역의 의원을 기속해야 할까? 원칙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답해야 할 것이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60%가 하드 브렉싯을 원한다면 보수당 정권의 총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메이 총리의 정략은 괘씸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메이가 아닌 것이다. 


어떤 브렉싯이든 영국 국민들의 선택이다. 2년여가 지나는 동안 영국 국민들이 자신의 선택을 크게 후회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번 호 이코노미스트가 세계화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각국이 블럭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영국은 아무 방패막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이 잘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고개를 내젖는다. 굳이 이유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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