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원도심 관련 유튭 동영상들이 재밌는 게 참 많다. 위의 것은 청년 창업 관련 동영상이다.


솔직히 재작년 쯤 한국에 갔을 때 한 집 건너 하나씩 카페들이 난립해 있는 것을 보고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쉽게, 저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카페 등이다 보니 이러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게 되지만, 결국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 


그러다 작년 가을에 한국에 가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금호역 앞의 작은 카페였는데, 커피 맛은 정말 탁월했지만 위치도 안좋고 가게도 작아서 곧 망하겠지 했던 곳이 맛있다고 입소문도 나면서 장사를 잘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 전문성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의 웬만한 커피점들, 그러니까 스타벅스 같은 곳들과 비교해서 확연히 한 두 단계 위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해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면, 굳이 넥타이 매고 아침마다 사무실로 출근하여 책상에 붙어 앉아서 일생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꼭 그래야 할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참고서와 싸우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예컨대, 공무원이 되고, 그 관료 사회에서 비슷하게 기계적인 업무를 하며 하루를 보내다가, 몇몇은 이런 거 하려고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를 하며 젊음을 불태웠나 하는 회의에도 빠지고... 남들 하는 대로 하라는 표준 경로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경로 밖의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기반 조건들도 어느 정도 성숙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재작년 우리 집에 놀러 왔던 화가 부부. 남편은 중학교 미술 교사를 하고 있었다.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현대 미술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벤츠 자동차 박물관에 가서는 전시품들의 구성 방식, 예컨대 용접을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 등에 대해 대화를 하며 함께 즐거워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분은 자신의 교직 생활에 답답해 하고 있었고 결국 작년에 교직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정착을 하였다. 지금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한다. 그러면 뭘 먹고 사나? 이러 저러한 문화 사업이 있어서 공모해서 프로젝트를 따내고 그런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단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아내에게 이리 말한다. 나도 예술적인 감수성이 있었더라면! 어쨌든 우리는 둔한 사람들인지라... 


남들 하는 대로 하라는 압박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그런 삶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자각은 50, 60대의 은퇴 기로에 놓인 사람들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왕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건강한 자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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