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오쿠다 히데오작가의 책을 몇권 읽기는 하였지만 모두 블랙코미디였습니다. 이렇게 묵직한 책인줄은 예상도 못하고 시작하였는데 역시 금방 빠져버렸습니다. 서로 다른 인물들의 입장에서 쓰여져 매 순간 그 인물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모두의 출발점이 다르니 보이는 것이 다르고 누릴 수 있는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수시로 깨닫게 됩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바로 인생 그 자체겠지요. 간지는 그 극복의 과정에 실패하기는 하였지만 그만의 잘못이라 탓할 수없어 아쉽다는 감상은 이제 너무 뻔할 듯합니다. 만약 그러한 인물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태어났다 해도 결코 자신이 가진 것을 옳은 방향으로 가져갔을리 없다는 때묻은 감상을 하게 됩니다.
정말 각목같은 몸으로 3여년 요가를 해왔기에 저자가 발레를 하면서 느꼈을 기쁨과 슬픔, 성취감과 절망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나름의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발레를 그만 둘 수 없는 그 애잔함까지도 말이지요.내 몸 자체를 도구로 삼아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는 기쁨은 정말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지요. 스스로를 뿌듯해 하다가도 남과 비교하면 초라해지기 일쑤지만 꾸준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하며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에 웃음이 납니다.
마치 고향 부자집이 왜 망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같았습니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 주위사람들이 멀어지는 것도, 자기 밭이 썪고 있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날 눈을 들어 보니 자신의 손에도 주위에도 남은 것이 없음을 알아 차렸다고나 할까요? 사피엔스들은 다른 동물들을 멸종으로 몰아가다가 결국엔 자신들도 살 수 없는 지경의 지구를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다른 별로 내빼려는 것 같습니다.
그 신념이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작가들이어렵사리 획득한 명성과 부를 훌륭한 사회 사업이나 학생들이회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말대로,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그릇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데도 호통을 치지 않는다면 그 명성이나 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호한 생각이었다.
나는 그의 비탄에 잠긴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그가 펜스터마허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살인자의 부모가 있는 그 농장에 가 있었다. 그들의 감정이 그의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작품을 쓰는 비결인 모양이다. 그가 어떤 사람에 대해 글을 쓸 때면 그는 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등장 인물의 입장 속에서 살고, 그들과 똑같은고통을 느끼며 그들의 정신적 혼란을 똑같이 겪었다. 이 즐거운크리스마스에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펜스터마허를 잊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그를 소설가이게끔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