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의 남자친구와 그렇게 다퉈도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니 힘빼지 말고 살으렴’ ‘맨날 그렇게 회사가기 싫다고 노래를 불러도 너는 20년 이상을 그직장에 다닐 테니 괜히 선배들 한심하게 보지 말으렴’ ‘나중에는 전세계적으로 돌림병이 돌아 돈이 있어도 여행을 못하게 되니 지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여행을 다니렴. 그렇다고 너가 나중에 돈이 많아진다는 소리는 아니니 주의는 하고!!!’ 등등등… 할 말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차곡차곡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면서 말이지요. 맨날 다퉜던 남자친구는 여전히 투닥거리는 남편으로 바뀌었고 지긋지긋한 직장도 이제 연륜으로 적당히 놀며 굴며 다니는 꼰대가 되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이 바로 앞에서 반짝임에도 모르던 그 때가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간도 노년의 나를 만들고 있는 소중한 것이겠지요. 마치 우리집 마당의 파랑새나 내 뺨에 묻은 보석처럼 말입니다.
평소 맥주 한두잔을 즐기는 편이고 간혹 낮술을 마실 때면 일탈을 하는 기분이 들어 즐거움이 더욱 고조됩니다. 때로 밖에서 혼밥을 할때도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고 간단한 바가 있는 술집에도 혼자 가곤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혼자 술을 마셨던 기분이 되살아 났습니다. 방송작가출신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일본드라마의 분위기가 짙어 주인공으로 고바야시 사토미를 생각하였으나 그녀의 나이가 걸려 아야세 하루카가 나오는 드라마로 만들어 진다면 무척이나 재미있으리라는 기대가 됩니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이야기되어지는 시간이 길고 인물들의 감정도 깊다는 감상이 들었습니다. 마치 장편소설이나 영화의 시놉시스나 트리트먼트같다고나 할까요? ‘타인의 집’ 과 ‘상자속의 남자’가 무척이나 현실적이라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장편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서늘한 느낌이 더욱 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감독님이시기도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쉽게,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그 사실에 분노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내 생각은 조금 더 합리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들이 쉽게 감사의 마음을 잊는다면 방법은간단하다. 굳이 남들이 감사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것이다. 누군가가 고마워할 만한 일을 한다는 건 내가 더위험해지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명심하고 새겨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한때 서로의 근황을 싸이월드로 전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오랜만에 ‘싸이월드’라는 단어를 보니 반가움에 책을 읽으며 당시의 사진하나에 울고 웃으며 써내려간 댓글들이 그립네요. 저 역시도 싸이월드의 폐쇄에 비통해 하면서도 굳이 다시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이제와 그 사진들이 그립습니다. 그 사진첩에는 제 10여년의 연애사가 담겨 있는데도 참 미련없이 보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싸이월드에 대한 이야기보다 영국입국심사의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20여년전 저의 첫 해외여행지는영국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입국심사를 마치고 전철표를 사러가 당당하게 제가 가는 “이스트액턴!!”을 또박또박 말하였으나 역무원은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음절마다 강세를 바꿔가며 “이스트액턴” 을 수없이 외치다 결국 글로 써보였더니 그제서야 “ 아! 이스택턴!” 하더군요. 당시에는 도통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고 겨우 표를 샀다는 기쁨만 남았지만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니 다시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호주에서는 “뽀렉스”맥주를 “포엑스”라고 너무 정직하게 발음해서 못먹을 뻔도 했습니다. )작가님… 여러모로 제게 추억거리를 떠올리게 해주셨네요. 😆
그녀는 ‘촤스트 악츄라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유학생‘이라고 주장하는 우리를 한심함과 경멸이 뒤섞인 눈으로 흘겨봤다. 나중에야 그녀가 요구한 것이 가슴 엑스레이(Chest x-ray)였단 걸 알았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할 수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준비하는 것, 완전히 절망해 버리지 않는 것, 실낱같은 운이 따라왔을 때 인정하고 감사하고 모두 내 노력인 듯 포장하지 않는 것. 눈물이 멈췄다.
사실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내 배 속에서 나온 애가나하고는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싶다가도 배 속에 품은것은 겨우 몇 달이지만 세상으로 나와 수십 년을 살았으니까, 라고 넘긴다. 자꾸만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나와똑같이 생각하려고 한다. 조금만 긴장을 놓아도 부모는자식에 대해 거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