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유머가 더욱 제 취향이었습니다. 명상을 통하여 자신을 이해하고 통제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입니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내용 쯤으로 해석될 듯 합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계약직입니다. 같은 실수를 해도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고,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눈총을 받으며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도 다릅니다.아웃소싱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벼룩의 간을 모아 스테이크로 만들어 먹고, 티끌을 모아 태산을 이루어 내는 놀라운 일을 아주 쉽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저같은 사람들의 무관심이나 당사자들의 무책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직장생활 20여년동안 그러한 구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자신이부끄럽습니다. 물론 제가 일하는 회사에도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입사한 직원이 있으며 그 수 또한 셀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저의 아버지 또한 이런 업체를 통해 근무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알게된 지금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도 답답합니다.책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중 최고는 파견법개정안에 대해 ˝파견사업을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3년간 못하도록하는 것은 이중제제˝라는 고용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들의 이중제제를 완화시켜주고 있기에 노동자들은 삼중, 사중의 고통의 받고있는지 그들은 모르는 걸까요?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권이나 정치후보들의 공약 등 각종 선거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될듯 합니다. 저 역시 시간이 지나 아웃소싱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끝까지 본인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은 미스터리 택배기사님의 이야기가 유쾌하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출판사 제공의 카드리뷰 그림이 너무나도 귀염뽀짝하여 책과의 이질감이 느껴 지지만 책은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어느 리뷰의 말처럼 시즌 2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프리퀄이 더욱 기다려 집니다.
"난 그냥 참새로 태어날 걸 그랬어요." ""얘야, 참새로 태어나는 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란다……… 난 사슴으로 태어나고 싶었단다. 또다시 인간으로 태어난 걸 알고 슬퍼하는 내게 아버지가 그러시더구나, 얘야, 사슴으로 태어나려면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해야 한단다."
나는 수년간 인간은 자기가 하기로 한 일 - 결코 버릴 수없는 것 - 에 확실히 묶이고, 지키기로 한 것을 지키면서 자유로워진다고 주장해왔다. 자유는 아무렇게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단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맨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그가 나에게 들려준 말을 그대로 따라 한 셈이다. 또한 나는 책에서 단어를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그 단어를 살아낸다고 수년째 주장해오고 있다. 나는 그것이 보르헤스의 말이라고 계속 말해왔다. 그러나 "학교 급훈에도 써 있잖아.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눈으로 본 대로 행하려고 해봐. 얼마나 어려운지, 이 부분을 옮겨 적고보니 단어를 살아낸다‘ 또한 이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나는 왜 혼자 힘으로는 좋은 것이 좋은 것임을 모르는지 모르겠다. 나는 꼭 남들이 알려줘야 좋은 것이 좋은 것인지 안다. 어쩌면 이래서 타인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것이 좋은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 내 곁에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