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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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Children Of Deaf Adult)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들리지 않는 세계는 답답할 줄로만 알았는데 그들만의 화려한 세계에 반하고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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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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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박완서 작가님의 마지막 산문집을 읽고나니 다른 글들이 더 읽고 깊어져 이 책을 골랐습니다. 작가님의 몇몇 책들을 이미 읽었으나 쉽게 지나쳤을 프롤로그와 애필로그만을 따로 모아두니 그녀의 마음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매 글마다 미안하다, 송구하다, 부끄럽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그런 마음을 감추지 않고 쓰는 것이야 말로 그녀만의 솔직함과 당당함이겠지요.
요즘 연예인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유행이던데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을 김영옥 배우님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성우 출신이시니 발음은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시대를 사셨으니 더욱 진한 감동을 주실 것 같습니다. 아...괜히 기대하게 됩니다.

암튼 나는 남 안 하는 재수까지 하고 나서도 여전히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었다는 것과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채 영세를 받고 말았다. 그분과 일단 관계를 맺어 보고 싶어서였다. 그분에게 매혹당한 게 그분의 전모가 아닌 극히 일부분, 아주 미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지언정 없었던 걸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였다. 매혹당하기가 잘못이었다.
신앙을 가지면 근심이 없고 매사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크리스천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러나 아직 나는 그런 경지를 꿈도 못 꾼다. 미사 참례 할 때 성가대의노래와 복음서 낭독을 듣는 걸 매우 좋아하지만 보다 많이는 그 많은 신도들이 예수께서 동정녀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죽은이들 가운데 부활하신 걸 조금도 의심 안하고 믿는 것일까를 궁금해하는 데 시간을보낸다.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는 문제만 해도, 오른뺨을 때린 자에게 왼뺨까지 내주라 는 무조건의 사랑과 용서가 그분인지, 타락한 성당의 기물을 부수고 장사꾼을 내쫓은 행동적인 분노가 그분인지 그것조차 분간못하게 아직 어리석고 어리다. 하긴 그분이 닮기 쉬운 분이었으면 매혹당하지도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분이 멀리서나마 나에게 모습을 드러낸 게 어쩌면 근심을 없애고 기쁨을 주시려고가 아니라, 내 몫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어떻게 정직하게 고통하게 할까를 가르쳐 주시려고 함일지도 모른다고생각할 수 있을 때 한결 그분을 가깝게 느낄 수가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걸 실토해야겠다. 나는 행여 나의 종교가 절대적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주술적 의존을 가져와 창조적인 능력을 무능화시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건 결코 그분이 바라는 일이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발견한 그분은 그런 노예적인 의존을 바랄 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속에서 문학과 종교가 조금도 서로 상관하지 않고 별개의 것으로 공존하길 바라는 건 아니다. 아직은 신앙이 움틀
까 말까 하는 단계이니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려면 아직 멀었겠지만 언젠가는 서로 은밀하게 내통하길 바라고, 때로는 드러내놓고 치열하게 갈등할 수도 있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여지껏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에만 머물렀던 나의 문학이 제3의 눈을 얻어 사실을 넘어서, 사실과 함께 사실의 의미까지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나의 정작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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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섬세한 허무의 작가 - 설국에서 만난 극한의 허무 클래식 클라우드 10
허연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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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지지요. 반대로 누군가에 대해 알게 된 후 더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요.
일본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요즘 소설도 좋지만 더 매력적인 글은 그저 밋밋한 듯 하면서도 단단한 내공이 느껴져 마지막에는 단단한 얼음을 깨부수는 듯한 글입니다. 저에게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들이 그랬지요. ‘설국’에 대한 명성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네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호기심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에 대해 알게 되니 좋아지기 시작했고 왠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봄은 꽃, 여름엔 두견새, 가을은 달,
겨울엔 눈雪, 해맑고 차가워라."

사실 ‘설국’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한 행 한 행, 시를 읽듯 이미지로 읽어나가는것이다. 읽으면서 소설 전체의 인과관계를 찾거나 그것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나열된 이미지 하나하나를 감상하듯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어가다 보면 독자 스스로 어떤 ‘종합‘ 에 이르게 된다.

이는 흡사 일본인들의 의식을 규정하는용어인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를확인하는 것 같다. 속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일본인들의 심성에는 두 개의 상반된 코드가 공존한다. 하나가 ‘혼네‘, 즉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이고, 나머지 하나가 보호막 혹은 외투라고 할 수 있는 ‘다테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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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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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을 좋아합니다.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도 좋지만 담백하고 멋내지 않은 산문들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지요. 고고하면서도 속물스럽고 여리면서도 단호하고 냉정하면서도 다정한 그녀의 모습을 온전히 내보이는 글들이가득합니다. 요즘 에세이라 불리는 글들의 뺀질함과 허영기가 없어 따듯한 보리차 같은 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만일 내가 인기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온 세상이 부끄러워 밖에도 못 나갈 테니 딱한 일이지만,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니 또한 딱하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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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에서이집의 글을 5개 정도 밖에 못본 상태지만 따듯한 보리차같은 글이라는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ㅎ 너무 좋은 표현이네요! 즐건 주말되십시요!

vooc 2021-02-09 16: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마침 따듯한 보리차를 마시고 있어서 더 좋았나봐요.
 

수년전에는 21세기가 무조건 찬란하고 편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맞이한 모든 편리함에는 무서운 것을 넘어 공포스러운 부작용이 함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인간의 무지와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다시 반복하게 되고 닥쳤을 때 또다시 허둥대고 놀라겠지요.
김초엽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 을 읽어 보니 ‘더스트 시대’를 ‘코로나 시대’ 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듯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종식되어 어떻게 기록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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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마치 더스트 폴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식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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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폴은 2055년에 시작되어 2070년까지 지속되었다. 더스트대응협의체는2062년에 국제 공동 대응을 시작하였다.
초기에 거대 흡착 그물 설치, 다공성 포집기둥 등 여러 방법이 시도되었으나 효과는 미비했으며, 더스트에 대응하는 증식형분해제를 공기 중에 광역 살포하여 더스트를 맞분해하는 디스어셈블러 방식이2064년에 공식 대응책으로 채택되었다.
협의체는 2070년 5월에 더스트 완전종식을 선언했다.
유엔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55년대비 2070년에는 세계 인구의 87%가감소했으며, 그중 90% 이상이 더스트 및 더스트 폴이 초래한 간접 요인으로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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