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지 마. 이해할 필요 없어. 너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너는 너만의 세상이 있고 나는 나만의 세상이 있어.우리는 각자의 세상 속에서 살다가 근무복을 입고 일하는 동안만 다른 사람의 세상에서 잠깐 천사처럼 굴면 돼. 그리고 할 일을 마치면 다시 우리의 세상으로 돌아와서 성질대로 살면 되는 거야. 이 일을 오래 할 생각이라면 그걸 잊지 마."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종종 읽고는 하는데 이 책은 무려 국립박물관 관장님(부친은 초대 관장님이시다.)이 쓰신 책이라니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그저 그림이 이쁘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게 된 나같은 독자에게는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전공자가 읽기에도 좀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글씨는 너무 작고 좌우정열이 맞지 않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집이 아닌데다 그림에 번호가 쓰여 있지 않아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대충 눈치껏 ‘이게 fig1이고 저게 fig 2겠구나’ 하며 봐도 되겠지만 그림 바로 밑에 설명이 붙어 있지 않다면 그림에 번호라도 써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가격도 비싸고 장정도 거창한데 여러모로 아쉽다.
"젊은 사람들은." 맥도널드는 업신여기듯 말했다."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네.""글쎄, 그런 건 없어." 맥도널드가 말했다.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내 생각에, 마음은 참 불완전한 것 같아요."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나는 주머니에서 두 손을 꺼내,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았다.달빛에 하얗게 물든 손은 그 조그만 세계로 완결된 채, 갈 곳 을 잃은 한 쌍의 조각상처럼 보였다."내 생각도 그래. 아주 불완전하지." 하고 나는 말했다. "하 지만 그건 흔적을 남겨. 그리고 우리는 그 흔적을 다시 더듬 을 수 있지. 눈 위에 난 발자국을 더듬듯이."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요?"나 자신에게." 나는 대답했다. "마음이란 그런 거야.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도 가지 못해."나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겨울 달은 어색할 정도로 선명하 게 빛나면서 높은 벽에 둘러싸인 마을의 하늘에 떠 있었다."그러니까 조금도 당신 탓이 아니야." 하고 나는 말했다.
모두를 위한 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에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냐만, 그는 겨우 열세 살이고 전 혀 중요하지 않은 한 점 먼지 같은 존재인데 그런 먼지 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핑계 대지 마, 에이미가 말했다. 영원히 열세 살은 아 니잖아. 그때는 어떻게 할 거야? 너 자신만 생각하면서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 아치. 뭔가를 받아들여야만 해.아니면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텅 빈 사람이 되는 거야, 아치. 미국의 〈좀비 도시〉에서 걸어다니는 시체들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