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서필훈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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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 버는일의 과정 하나하나는 늘 지난하고 속상한 일의 연속이다. 그결과를 마주하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내 멋대로 살았다. 그런데 직원이 늘고 거래하는 산지 생산자가 많아지면서는 낯선 책임감의 무게를 느낀다. 그럴 때마다 『알하리리의 마카마트 Magamat al-Harir』에 나온다는 구절을 떠올린다. "날아서 갈 수 없는 곳은 절룩이며 가야 한다." 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결국 모두 힘들게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멋진문장이다. 하지만 고백건대 힘들 때면 "나도 커피믹스나 마실걸그랬어…"라고 중얼거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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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 그나저나, 핀란드는 시나몬 롤이다!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이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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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 혼자 해냈잖아.
잘했어, 애썼어,라고 조용히 자신을 칭찬한다. 내가 나를다독이는 이런 소소한 행위가 의외로 일상의 스트레스를줄여준다.

지금, 여기서 마주 앉아 웃는 사람들도 언젠가 죽는다.
다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을 즐긴다.
이를테면 내가 오래오래 살다가, 천천히 죽음을 맞는 순간이 온다면, 침대 위에서 오늘을 떠올릴까. 헬싱키 거리를거닐던 무렵 나는 씽씽했지, 하면서 창밖을 바라볼까.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씽씽하게 여기 있는데, 어째서인지 미래에서 현재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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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런웨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6
윤고은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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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내가 애초에 진동 흡수용으로이것과 저것 사이에 끼워진 부품이 아닐까 하는것이다. 그러니까 이 의자의 중심축에 있는 스프링이나 댐퍼 같은 것.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닳고 지치고 더 빨리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아닐까하는 것. 언젠가 내가 팀장과의 면담이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자 팀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스프링이나 댐퍼라고 해서 더 빨리 교체해야되고 그런 건 아닌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닳거든.
애초에 좀 강한 소재를 고르니까."
애초에 좀 강한 소재라……, 위안이 되는 말일수도 있지만 그 말이 내 의심을 덜어준 건 아니었다. 다만 팀장은 자신이 스프링이나 댐퍼가 아니라고 믿는 것 같아서, 그래서 마치 다 그런 시절이있어요.‘ 하는 것 같아서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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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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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은 이런 건지도 모른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야 할 것 같은기분이 들지 않는 것. 어쩌면 스위스의 지금 상황은 그저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쉽게 해주는 것이라서 행복해지기도 더 쉬운것 같다."

마지막 나무가 잘릴 때,
마지막 강이 비워질 때,
마지막 물고기가 잡힐 때,
그제야 비로소 인간은 돈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리라.

"카르마 씨, 행복하십니까?"
"제 삶을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건,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좀 이상한 말 같다. 미국에서는 높은 기대치가 엔진이자 연료 역할을 한다. 우리의 꿈을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도 힘이 되는 것이다.
"제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가 말한다. "전 그렇게 기어올라야 할 산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삶 그 자체가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았다면, 하루를 잘 살아냈다면, 저녁에 저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괜찮았어."
"좋지 않은 날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들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위대한 일을 해냈다 해도, 그것은 우리 자신의 머릿속에서 공연되는 연극과 같습니다. 우리 자신은 아주 중요한 일을해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느 누구의 삶도 바꿔놓지 못했으니까요."

제러드는 땅에서 지열이 만들어낸 황금처럼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커피나 마시러오라며 남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특별한 화제가 없는데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애정 담긴 목소리로 자기 나라를 ‘얼음 덩어리‘라고 부르는 모습도 좋아한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세 명의 이름을 금방 외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아한다. 상쾌한 겨울날 발밑에 밟히는 눈이 천국에서만든 스티로폼처럼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것도 좋아한다. 12월에 시내 중심부의 쇼핑가에 늘어서는 성가대도 좋아한다. 강하고 눈부신그들의 목소리가 밤을 돌려놓는다. 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새까만에둠 속에서 혼자 학교까지 걸어가도 안전하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의 마술 같고 초자연적인 느낌도 좋아한다. 차가 눈 속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됐을때 항상 누군가 차를 멈추고 도와준다는 사실도 좋아한다. 비행기가케플라비크의 국제공항에 내려앉으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그저집에 돌아온 게 기뻐서 박수를 치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하늘 같은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오만하지 않은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물론 어둠도 좋아한다. 그는 어둠을 그냥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

현대의 사회과학은 햇볕에 탄 펭귄의 말이 옳다는 걸 확인해준다.
심리학자 노먼 브래드번은 《심리적 복지의 구조라는 책에서 행복과 불행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반대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과불행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동전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행복한 사람이 가끔 발작처럼 불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고불행한 사람이 커다란 기쁨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조차 가능한 것 같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이니 공동체적 유대감이니 상대적 소득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면, 행복도 선택이 된다. 쉬운선택도 아니고, 항상 바람직한 선택도 아니지만 선택인 건 맞다.
잔혹한 기후와 철저한 고립 앞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절망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는 삶을 쉽사리 선택할 수도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그랬다. 하지만 이 바이킹의 강인한 아들딸들은 정오의 하늘에서꿈쩍도 하지 않는 검은 어둠 속을 들여다보며 다른 삶을 선택했다.
행복하게 술독에 빠지는 삶. 내가 보기에 그건 현명한 선택이다. 사실 어둠 속에서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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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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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용기가 모여서 큰일을 만드는 거지." 박병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 용기라고 할 수 없어요. 이런 말을 하는 데도 몇 번을 망설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미 세상을 너무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없어요. 그러니 어떻게 용기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겠어요.
그건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인데, 용기는 셀 수도 없고, 크기를 가늠할 수도 없고, 무게를 잴 수도 없어요. 각자 다른저울을 쓰니까. 그러니까 그냥, 똑같은 용기를 낸 거죠. 그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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