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 현암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연준 작가님의 산문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되바라진 소녀같은, 가끔은 수줍은 노인같은 그녀의 글들은 구슬처럼 읽히거든요. 하지만 이번 책은 그저 단순한 산문집이 아닌 시를 써보라고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글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때 문화의 날 행사에 시를 출품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저를 교단으로 불러내제가 낸 종이를 저에게 들이밀며 “이거 너가 쓴 것 맞니?”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눈빛이 무서워 작은 소리로 그렇다고 했지요. 그 시는 문화의 날 행사에 발표도 되었고 문집에도 엮여서 아직도 그 문집을 간직하고 있지만 저는 시쓰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가끔 시를 읽고 나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울컥하거나 설레기도 하지만 시를 즐겨 읽지도 시를 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박연준 작가님의 격려가 마치 저에게만 보내는 응원처럼 들려 오늘부터 연필을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당신에게도 "새로운 사람, 동물, 꿈, 사건"이 생겼으면좋겠다.
날마다 당신의 공책에서.
하염없는 글자들 속에서.
새로워지기.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지, 당신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연필을 쥔 사람은 자기 삶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고.
태어난 모든 사람은 (우리가 어릴 때 힘들이지 않고 그렇게했듯이) 시를 쓸 수 있다.

"나는 사람한테만 시인이고 싶지 않아. 나무나 풀, 바위,
먼지 앞에서도 시인이고 싶어."

"시를 빤스처럼 항상 입고 있어야 돼."

시를 쓰는 방법 중 한 가지

1. 생각하면 좋은 것의 목록을 작성해보세요.
2. 생각하면 좋은 것의 목록 중, 나를 슬프게 하는 것 세가지를 고르세요.
3. 좋음과 슬픔‘이 같이 머무는 방을 상상하여, 글을 한편 써보세요.
4. 글에서 ‘미치게 좋은 문장‘ 세 줄을 뽑아 밑줄 치세요.
5. 그 세 줄이 들어가는 시를 써보세요.
6. 쓴 시를 ‘미치게 좋을 때까지 계속 고치세요.

열정적으로 춤을 춘 다음 물을 마시는 사람처럼 공모전에 내세요. 필름 사진을 다 찍었으니 인화를 맡기는 사람처럼. 그렇게 내세요. 물 마실 일을 위해 춤을 추고, 인화된 사진을 가질 욕심으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되죠. 키스를 할 때는 키스하는 자기 모습을 의식하지 마세요. 그건 반칙이지요. 키스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려요. 시를 쓸 땐, 시만 쓰세요.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온다 리쿠의 두툼한 소설이 나왔으니 이 여름에 야곰야곰 읽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읽었습니다만…무슨 이야기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향수를 자극한다기에는 과거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두리뭉실하고, 판타지라기엔 묘사가 어설픈 듯하여 저에게는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마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글로 표현하려다 실패한 소설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시절에 학기가 바뀔 때나 매달 1일이 되었을 때, 좀더 변덕스러운 시기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친구들에게 ˝얘들아 나 이제 new OO이라고 불러줘. 새롭게 살아야 겠어˝라는 말을 수시로 해댔습니다. 그래봤자 친구들은 서너번 부르고 말 뿐이고 제 마음가짐도 금새 흐트러져 이전과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곤 했지요. 가끔 식당의 웨이팅리스트에 다른 이름을 적으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요즘엔 어딘가에 들어가려면 신상을 다 밝혀야만 가능해졌습니다. 현재의 나에게 불만스러운 부분을 없애고 새롭게 시작하기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처음보는사람과는 쉽지 않을 까요? 그렇게 거짓으로나마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결국에는 나 자신도 속게 되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바가 어떤 아이였는지를 실라 이모가 기억하고 있는지알 수 없었다. 10대 시절 에이바는 이모가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 둘은 끊임없이 싸웠다. 실라 이모는 하나뿐인 여자아이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웠고 에이바는 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딱 한 번, 숀은 배링 크로스 갱단과 함께 돌아다니던 20대때 실라 이모에게 에이바가 어쩌면 한정자에게서 우유를 훔칠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에이바가 그러지 않을 성격은 아니며 그럴 만큼 열 받은 상태였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에이바가완벽한 아이인 척하는 게 지겨워졌다. 완벽한 아이여야만 세상이 에이바를 애도하는 것이 싫었다.

"바로 그거야. 생각해 봐, 그레이스, 네가 그런 소릴 한 까닭은 이해하지만, 너도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거 잘 알잖아. 에이바 매슈스가 엄마보다 키가 컸던 건 상관없어. 걔 아이였다고.
엄마는 애 뒤통수에 총을 쐈어. 넌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달리 말하면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너자신을 일그러뜨려야 해. 그리고 그런 식으로 너무 구부러지다보면, 넌 다른 사람이 될 거야. 더 나쁜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즙 배달원 강정민
김현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의 여성과 비정규직 고용인의 문제를 유쾌하게 읽었다는 점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녹즙처럼 밝고 무해한 강정민양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결말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강정민으로 분한 박보영 배우나 혜리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적어도 ‘모범택시’보다는 현실적일 텐데 말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