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페넬로피아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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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야 기의 공식 판본이 널리 알려지자 결국 내 꼴이 뭐가 되었나? 교훈적 전설. 여자들을 매질할 때 써 먹는 회초리. 어째서 너희는 페넬로페처럼 사려 깊고 믿음직스럽고 참을성 많은 여자가 못 되느냐? 그게 정해진 대사였다. 가객도 그랬고 이야기꾼도 그랬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마요! 나는 여러분의 귀에 대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그래, 바로 당신에게!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속에 손 을 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야 말지. 물을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 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 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 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 가는 거야. 물이 그리 하듯이.

신들이 맛보고 싶어하는 것은 짐승의 기름이나 뼈가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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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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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 뭐냐는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인생?"
"아니 그러니까, 틀린 건 아닌지 몰라도 네 인생 어떠냐 하는."
"그건." 기미코 씨가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누가 물어보는 데?"
"네?"
"누가 그런 걸 물어?"
"누구라니."
나는 기미코 씨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런 거, 안 물어보지 않나?"
"안 물어볼지도 모르지만."
"그럼, 됐잖아."
"어, 된 거예요?"
"그러게 그런 거, 아무도 안 물어봐."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 거, 그만두면 되잖아."

"그런데 말이야, 돈의 총량은 정해져 있거든? 부자한테 돈이 있으니까 너한테는 돈이 안 와. 절대 안 와. 아주 심플한 얘기야. 부자가 죽어서도 부자고 가난뱅이가 죽어서도 가난뱅이인 건, 부자가 그걸 원해서야. 돈 가진 놈이, 돈 가진 놈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가난뱅이를 기름 짜듯 짜낸다고. 그리고 찌꺼기가 된 인간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세뇌시켜. 마치 찌꺼기에도 찌꺼기가 되지 않을 기회가 있었던 양 태연하게. 까불지 말라 그래, 니들이 다 짜내니까 찌꺼기 됐고, 평생 찌꺼기로 사는 거 아니냐고."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 찻집 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 선술집에서 술 마시거나, 라면을 먹거 나, 친구들과 놀러가서 추억을 만들거나,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 가 가는 사람들, 평범하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하는, 요컨 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그들이 건실하게 일해 건실하게 돈을 번 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대 체 어떻게 해서 그 건실한 세계에서 건실하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것을 손에 넣었냐다. 어떻게 그쪽 세계의 인간이 되었냐다. 나 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랐다. 불안과 압박감과 흥분으로 잠들 지 못하는 밤이 이어져서, 사고 회로가 이상해져서 엄마에게 전 화를 걸 뻔한 적도 있었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나 큰일 났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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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사투리 - 서울 사람들은 이거 어떻게 읽어요? 아무튼 시리즈 70
다드래기 지음 / 위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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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의 시절에는 동네친구들만 만나고,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는 옆동네 친구들까지도 만나다가 대학에 들어가니 전국구의 친구들을 만나며 언어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들어오니 지역뿐 아니라 세대까지 아우르며 성인이 되어서도 배우게 되는 새로운 단어들이 재미있었지요. 작가님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살려 무척이나 재미있는 글을 써주셨네요 (오디오북 도입이 시급합니다 ^^)

어느 모임에서 ˝OO씨는 고향이 어디에요? 말투가 특이하네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수도권에서 평생을 살았으나 부모님의 고향은 충남 서산과 경남 하동이었으니 각 지역의 톤이 적절하게(?) 섞여 요상한 말투가 되어버린 거지요. 이런 집안에 들어온 전라도 사위는 어느날 장모님께 이르듯이 ˝어머님! OO이는 발가락을 발꼬락이라고 말해요˝라고 하였으나 장모님의 대답은 ˝아니 발꼬락을 발꼬락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라는 대답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 사위는 30여년 전 어린이 해태야구단으로 그 야구복을 입고 포항에 놀러가 화를 면한 적이 있다는 경험이 있다는 썰을 풀었습니다. ㅎㅎ)

최근에는 사투리사용을 오히려 더 친근하다 생각하고 방송에서도 각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아지며 사투리에 노출되는 경험도 잦아지고 있어 반갑습니다. 어디서든 느닷없이 들리는 사투리가 위화감이 아닌 개성으로 표현되고 인정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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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개정증보판
김하나.황선우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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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도 읽었지만 이번 개정판도 새로 읽어 보았습니다. 이전 초판에서 불편했던 부분이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좀 불편한 부분이 있네요. 하지만 여전히 유쾌한 그녀들의 글빨과 말빨에 책도 팟캐스트도 놓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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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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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던가요? 하지만 여기 본인은 어른이고 즐겁기까지 하다는 분이 계십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즐거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생계에 대한 걱정을 접을 수 있는 여유가 필수임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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