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 뭐냐는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인생?" "아니 그러니까, 틀린 건 아닌지 몰라도 네 인생 어떠냐 하는." "그건." 기미코 씨가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누가 물어보는 데?" "네?" "누가 그런 걸 물어?" "누구라니." 나는 기미코 씨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런 거, 안 물어보지 않나?" "안 물어볼지도 모르지만." "그럼, 됐잖아." "어, 된 거예요?" "그러게 그런 거, 아무도 안 물어봐."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지도 모르는데." "그럼,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 거, 그만두면 되잖아."
"그런데 말이야, 돈의 총량은 정해져 있거든? 부자한테 돈이 있으니까 너한테는 돈이 안 와. 절대 안 와. 아주 심플한 얘기야. 부자가 죽어서도 부자고 가난뱅이가 죽어서도 가난뱅이인 건, 부자가 그걸 원해서야. 돈 가진 놈이, 돈 가진 놈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가난뱅이를 기름 짜듯 짜낸다고. 그리고 찌꺼기가 된 인간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세뇌시켜. 마치 찌꺼기에도 찌꺼기가 되지 않을 기회가 있었던 양 태연하게. 까불지 말라 그래, 니들이 다 짜내니까 찌꺼기 됐고, 평생 찌꺼기로 사는 거 아니냐고."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 찻집 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 선술집에서 술 마시거나, 라면을 먹거 나, 친구들과 놀러가서 추억을 만들거나,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 가 가는 사람들, 평범하게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하는, 요컨 대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그들이 건실하게 일해 건실하게 돈을 번 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대 체 어떻게 해서 그 건실한 세계에서 건실하게 살아갈 자격 같은 것을 손에 넣었냐다. 어떻게 그쪽 세계의 인간이 되었냐다. 나 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랐다. 불안과 압박감과 흥분으로 잠들 지 못하는 밤이 이어져서, 사고 회로가 이상해져서 엄마에게 전 화를 걸 뻔한 적도 있었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나 큰일 났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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