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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때때로 코가 먹먹해 져가며 읽다가 결국에는 눈물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번역의 힘인지도 모르겠지만 문장도 참 좋아 읽기도 수월하고 감정적으로도 이입이되어 더욱 좋은 소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얼마전 중국의 탄광에서 매몰된 광부들이 십여일만에 구조되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모두 무사하여 기적, 인간승리라는 헤드라인으로 뉴스에 나왔는데요. 그 안에서 그들이 느낀 공포에 대해 집중 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그 안에서 그들이 보게된 서로의 민낯에 누가 관심을 두었을까요? 극한 상황에서뿐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 우리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게 되고 시간이 지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 소설 한권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제가 당장 정의로운 사람이 되지는 못할테지만 어떤 사건을 겪거나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일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작가의 의도와 저의 감상포인트가 많이 달라 의아하기는 하였지만 아이를 가진 분들에게는 그렇게 읽히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읽는 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책의 말미에 있는 토론챕터는 원문에도 있는걸까요? 무척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인 희생을 치러야만진실한 선일까? 풍족할 때는 누구나 관대할 수 있다. 가진것이 많으면 누구든 이타적일 수 있다. 엄마는 아주 동정이많다고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냉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맨손으로 캠핑카의 창문을 막았다. 죽은 딸의 옷을 벗겨서 단 한 겹도 자기아들과 남편을 내버려 두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다. 캐런이 캠핑카 뒤쪽에서 내털리와 내내 앉아만 있는 동안, 하지만 과연 내가 캐런의 비겁함을 탓할 수 있을까? 너무 무서워서 자기 자신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그런 용기와 힘을 갖고 태어났을까? 만일 그렇다 해도 용기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이 비겁함이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들은 고개를 젓고 혀를 차며 나는 절대 안 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전혀 예상하지못했던 일들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채로 말이다. 이미 일어난 어떤 사실을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사람들이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밥이나 캐런 혹은 밴스와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런 진정성이 없는 정의감은 순식간에 그 꼬리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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