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열탕에 몸을 담근다던지 사우나를 즐기지는 않지만 결혼전에는 맛사지권대신 목욕탕 한달권을 끊을 정도로 목욕탕을 좋아했지요. 결혼후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와서 찾아간 목욕탕은 찜질방은 커녕 사우나도 건식/급식 두칸만 있고 8시면 문을 닫는 옛날식 목욕탕이었습니다. 커피를 타주시는 할머니도 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시지만 무척이나 쿨하셔서 잔돈 거슬러 주시기 귀찮아 물건값을 깎아 주실 지경입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한달에 한두번 목욕탕에 가서 관리사님에게 몸을 맡기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저희 동네 관리사님의 치트키는 마지막에 차마 손댈 수 없는 뜨거운 물에 담겨 있던 비치타월을 맨손으로 꾹 짜서 다리밑에서 머리 방향으로 휘리릭 펼치며 날려 주는 것입니다. 마치 와호장룡에서 본 양자경의 우아한 몸짓처럼, 날아 오는 동안 살짝 식은 수건은 제 몸에 착 펼쳐지며 몸에 정확히 안착합니다. 수건이 날아오며 일으키는 바람과 그 따끈한 수건의 조화는 정말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안락함과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그리움이 되어 버리지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목욕탕 뒷집인 신전떡볶이의 순한맛 떡볶이를 사와 (맵찔이기에) 살짝 땀을 흘리며 먹은 후 낮잠을 한숨 자면 정말 그 신전의 여왕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떡볶이집은 이미 없어졌고 목욕탕도 1년여동안 못갔지만 책을 읽으며 그때의 열기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