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응용이 가능하지요. ‘아는 만큼 말한다‘ ‘아는 만큼 생각한다‘ 도 가능합니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사소하게는 길을 걷다가도 내가 아는 만큼만 볼 수가 있으니까요.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저는 교토가 좋아서 세번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오사카 여행길에 하루를 교토에서 보냈고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동생이랑 5일을, 3년전엔 혼자서 4일을 여행했지요. 그곳은 것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의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고 어떤 상점에 들어가도 색다른 물건에 한눈이 팔리곤 합니다. 다른 여행지보다 자주 갔었다는 이유로 모든 곳은 아니지만 많은 곳을 보고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관광지위주의 여행기가 아니지만 대부분 제가 가본 곳들이었네요. 저도 가보고 ‘우와‘하던 곳이었지만 지은이의 시선보다는 얕았던 것같아 아쉽습니다. 때로는 그가 보지 못한 것을 제가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또한 지은이의 말 중의 ‘취향의 여행‘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관광지여행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요. 그건 마치 사진으로 매번 보던 것을 그곳에 가서 그저 ‘존재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물론 그곳의 분위기를 깊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은 너무 인증샷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2년전에 남편의 프랑스 여행 중 ‘퐁텐느 드 보클뤼즈‘ 라는 작은 동네를 들렸습니다. 시원한 경치가 멋있는 곳이었지요. 남편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여행준비가 철저한 사람이라 여행 전 이 동네에 대해 알아보았나 봅니다. 함께 걸으며 그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처음에 그저 이쁘게만 보였던 동네가 더욱 풍성해지고 그 이야기를 배경으로 다른 것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는 것은 정말 힘이 됩니다. 생각을 넓혀 주고 만족감은 더욱 깊어 지게 되고 다음을 기대할 수도 있으니까요. 학문을 파고드는 것으로만 알게 되는 것 말고 세상을 조금 비켜서 본다거나 다른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같습니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더 좋았던 점은 제본 방식이었습니다. 하드커버가 아닌데다가 손을 편하게 두어도 180도 펼쳐져 읽는 중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제본 방식이 비싼가요?이런 제본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스테인리스처럼 마냥 반짝이고 차가울 줄만 알았는데 천선란 작가님의 이야기는 포근하고 촉촉하네요. ‘어떤 물질의 사랑’ 과 ‘마지막 드라이브’가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어떤 물질의 사랑’ 은 단편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아요. 엄마역에는 문소리배우님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마치 어른을 위한 위인전같다고 할까요? 어릴 때 읽은 위인전집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비범한 아이가 역경과 고난을 딛고 크게 빛나는 인물이 된다는 줄거리가 대부분이었지요. 어른이 되어서 보니 그들의 나약한 예민함은 비범함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그들의 천재성을 받아들이기 힘든 시대로 인해 역경과 고난이 따르더군요. 그 와중에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기회가 있었는지에 따라 그들이 위인이 되기도 하고 범인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꼭 만나고 싶은 인물은 거트루드 스타인과 샤넬 입니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동시대에 별로 많지도 않은 여성작가 중이서도 덜 알려진 편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거장들을 연결해보면 그녀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작가 자신의 스토리도 흥미롭고 다른 예술가들과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원래 뒷얘기가 더 재밌는 법이니까요.샤넬역시 현대패션계뿐만 아니라 예술적 영역에서도 빼놓을 수 없지요. 널리 알려진 그녀의 성공비화가 있기는 하지만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더 궁금합니다. 그 외에 프리다 칼로, 에디뜨 피아프,존 레논, 백석, 최승희, 나혜석, 이중섭등 만나보고 싶은 인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철학자나 사상가가 "말하자면 이런 거야" 라고 직접적이고도 간결하게 이야기하는사람이라면 소설가는 "너 잠깐 이리 와봐.나랑 같이 어디 좀 다녀오지 않을래? 다녀와보면 알게 될 거야"라고 하며 누군가의팔짱을 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어딘지모를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가서 찬찬히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거죠.
네, 멈추지 말고 계속해도 됩니다. (웃음)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 독자들은 제게 "질리도록 들었겠지만, 책 매우 재밌게 읽었어요"라고 말하곤 해요. 저는 속으로 이렇게 대답하죠. "네, 질리도록 들은건 맞지만, 당신에게는 이제야 듣는 걸요."
트윗 한 줄보다 길다면야, 그 무엇이든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모든 게 흑백논리예요. 누군가를 감방에 처넣어라!, 멕시코 장벽을 지어라!, 그들을 몰아내라! 등 흑백이 아니라 중간색으로봐야 할 문제인데 말이죠. 소설을 읽는 행위는 그런 맥락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생각이 복잡해지고깊어지고 자유로워진다는 걸 느끼거든요.다시 말해, 중간색을 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