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즐거운 결혼생활을 하던 젊은 부부였으나 아내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기며 결혼생활은 끝이 나는 내용이었지요.이 소설은 마치 그 영화의 후속편인듯 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새로운 남자와 함께 하던 여자는 다시 권태로운 일상을 겪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나지요. 마치 이 소설과 같은 과정을 거쳐 그러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새 것도 결국 낡은 것이 돼. 낡은 것이 예전엔 새 것이었듯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감정조차 점차 낡아 진다는 것이 왠지 허무합니다. 마치 물건이 낡지 않도록 늘 닦고 가꾸어야 하듯이 우리의 감정도 그러하겠지요.
어른 아키코, 역시 글을 쓰는 건 중요하구나. 마음을 형태가 있는 걸로 바꿔서 내놓으니까 속이 후련해졌어.
"상대가 바라지 않는 선의는 그저 참견이에요."
웃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 웃기지만 슬픈... 우리는 어떤 장면이 웃기면서도 슬프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중에도 즐거우면서 외롭고, 저 사람이 좋으면서도 밉지요. 어떤 감정이 혼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문거 같습니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지요. 얼마전에 ‘세자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무척 좋았고 웃픈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이 책을 읽고 나니 배우라는 직업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의 레이어‘라는 말이 이 책에 나옵니다. 배우란 그저 대본을 잘 외워서 일상대화처럼 읽으면 좋은 연기라 생각했는데 좋은 배우란 역할을 맡은 가상인물에게 있을 법한 감정의 레이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겪는 모든 경험들이 나의 감정으로 차곡차곡 쌓아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잘 섞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가지 감정을 가지게 되는 거지요. 여러 곂의 레이어를 통해서 타인과 교감하고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나의 진정한 자존감이 될것 입니다. 배우는 현실에 없는 인물의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만 저는 현재 존재하는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쌓아두고 있습니다. 이 감정들이 모두 밝은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순수하고 정의로운 감정의 레이어가 더 견고하고 깊게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어젠 플레옐에서 멋진 공연을 관람했어. 정명훈 음악감독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지휘했지. 극도의 정확성은 감수성을 둔화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늘 놀라곤 해. 불레즈나 카라얀, 클라이버, 푸르트뱅글러 등등이 그렇지. 그게 바로 예술가들의 특성일 거야. 오직 극단으로 몰아붙인 엄격성만이 가능케 하는 정점에의 도달. 그 순간을 아는 이들은 세상에 무척 드물지. 너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어.
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유리문 안에서나는 지금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구스오코 씨가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든 것은 내가 위장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일 무렵이었다. 전화로 부고에 내 이름을 넣어도되겠냐는 문의가 왔던 것도 기억난다. 나는병원에서 구스오코 씨를 위한 추도시를 지었다. "국화란 국화는 모두 던져 넣으리, 그대관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