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몇몇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언가에 화가 나있고 그 화를 감추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터지게 되면 자신조차 놀라버리고 피해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감정이 그렇게 해결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그동안 그가 모아 놓은 감정들 때문이지요. 순간 순간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인걸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연애사! 글로 읽는 것마저 너무 힘들고 지쳐버린 그 힘든 과정이 그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만 남아서 지나간 옛날 일은 현실보다 더 좋게 기억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항상 현실은 힘들고 추억은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 말은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보낸 시긴들은 굳이 좋은 기억을 빼고 나쁜 기억을 찾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뭐 하러.
그의 글은 전개가 궁금해지거나 속도감있게 읽히거나 주위를 모두 잊을 만큼 몰입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에 열광합니다. 왜일까요? 그의 글에 흔히 등장하는 30대후반의 남자들은 항상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그와 함께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지만 책을 덮고 나면 하루키 역시 아직 그것을 찾지 못하였음을 알게될 뿐이지요. 중년을 지나 노년의 길에 들어선 이 작가는 아직도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알고 있지만 그것들을 찾으려 하지는 않고 아직 남아 있는 것마저 놓치고 있습니다
‘미스 함무라비‘의 문유석 판사, 이 책의 도진기 변호사....세상에는 남이 하나도 갖지 못한 것을 몇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글임에도 ‘뭐 전업작가가 아니니까 이정도면 괜찮네‘라는 생각으로 작품이 폄훼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야기 자체도 재밌었지만 곳곳에 보여주는 작가의 사회비판적 문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 며칠전 ‘추리소설의 원칙‘이라는 몇가지 항목을 읽었는데 정확하기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중 ‘같은 얼굴을 한 인물이 있으면 안된다‘ 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초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쓰인 내용중 몇가지 이지요.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테리 소설에 가까운 듯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의 마음이고 독자는 즐겁게 읽었으니 좋습니다! 일요일 아침 매미의 격한 울음소리 덕분에 일찍 일어나 서늘한 공기 안에서 재밌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