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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ㅣ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평점 :
평일 낮, 인천에서 뚝섬역까지 기나 긴 여정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가벼운 책한권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열차는 한산하여 자리에 앉을 수 있엇고 한참만에 신도림에 도착하여 2호선으로 갈아타고 긴긴 여정의 2/3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 책은 정말 큰 위안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저역시도 사랑해 마지않는 예능을 저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해석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새로웠습니다. 뒤쪽으로 갈수록 페미니즘의 성격이 드러나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든 방송이라도 여성과 남성이 모두 재밌게 보여야 하고 어느 쪽이 반대 쪽을 비하하며 웃기려 노력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동의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 점을 이제야 깨달은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시리즈는 매번 제가 사용하지 않던 뇌의 일부분을 각성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열차안에서도 너무 몰입하여 읽은 나머지 구의역까지 가버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까지 했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변이 아닌 자기 앞길만을 챙기는 남성 예능인이 위대한 인물로 추앙되는 것을 저지할 것이다. 혐오스럽고 둔감한 발언에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오직 남성 동료만을는 인물에게 더는 ‘하느님’이나 ‘국민 MC’따위의 찬사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다. 꼰대를 자처하는 아버지를 웃는 얼굴로 대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만 유쾌한 채 건네는 성적인 농담에 웃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제안에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남성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한국 방송의 모습이 우리의 얼굴과 목소리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불평할 것이다. 제대로 수평을 잡으려면 기울어진 쪽에 더 무거운 추를 달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방송의 여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다. 그것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될 때까지 남성들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감시를 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변화가없다면 압력 또한 높여가야 한다. 나는 이제야 겨우 그런 힘의 연대가 생겼다고믿는다. 그 연대에 꾸준한 힘을 보태고 싶다. 공명심같은 것을 느끼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TV를 끄거나무시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죽기 직전까지도 한국방송의 가장 열렬한 시청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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