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는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고, 읽기 시작하면서는 이 어두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막상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주 배경마저 탄광인 이 소설의 어두움에 빨려들어가버렸습니다. 한강작가님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소설안의 사람들은 항상 어두웠고 무겁기까지하여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다가도 때로는 너무 나약해서 읽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편이 되고 맙니다. 도무지 한번 웃지를 않을 듯한 이 소설의 인물들도 어둠에서 해메다 결국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며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제발 그 시작은 밝은 곳이기를 바랍니다.
안녕달 작가님의 이전 작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쁜 그림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줄 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웃음짓게 해주었거든요. 이번 책의 그림역시 안녕달 작가님의 따스함은 있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못한것 같아요.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제가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글은 천천히 녹여가며 읽고 싶지만 둘의 이야기도 흥미로워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전작과 비슷하게 건물에 대한 포근함을 자세하게 그려주어 마치 그 집안에서 그 집의 냄새를 맡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 실로 우아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난 기분입니다.
11년전 저의 생활속에서 제가 페이드 아웃으로 사라졌듯이 어느날 그녀가 페이드 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의 간병인 아주머니는 참 좋은 시람이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것을 금방 알아내고 꼼꼼하게 챙겨 주었지요. 그녀는 조금 달랐습니다. 간병인 일이 처음인 듯 저를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제가 설명해주고 보여 주어야 조금씩 느리게 알아채며 저를 돌보았지요. 어수룩한 손길이지만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의 존재가 더 뚜렸해짐을 느꼈습니다. 어느날 그녀가 달디단 무언가를 내 입술에 적셔 주었습니다. 아! 그것은 복숭아였습니다. 그달고 물컹했던 복숭아는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과일이었지요. 저는 황홀한 기분으로 꽃처럼피었습니다. 의사, 간호사가 분주해지고 그녀가 당황해하고 먼길에서 남편까지 와서 어수선해졌지만 저는 꽃처럼 만개했다 다시 시들었습니다. 11년 전의 제가 된 듯했습니다.*****************************************읽는 내내 소설속 화자가 아닌 누워 있는 그녀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기분은 지금 어떨지 계속 짐작하게 되어 마치 그녀인 듯이 써보았습니다. 쓸 말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어렵네요. 동생과의 이야기, 남편과의 이야기도 조금 생각해보았는데 꺼내기 부끄러워 혼자 간직해두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