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손가락질하는 건 쉬워. 언니처럼 말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무슨 일이든 터지고 나서 후회하면 무슨소용이야! 안 그래?

친절과 선의는 있는 그대로 주고 있는그대로 받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되고 변질되고 공중분해 되면서자신 혹은 상대를 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사는 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늘 더 큰 용기를냈기 때문이라고. 익숙한 일상을 지키는 건 그것을 포기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애실은 다 기억나지도 않는, 이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말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시금 말을 간직하는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매일 밤,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파서 하루치의 말을 묻는 일. 매일 조금씩 더 깊이 파고, 오래 파는 행위에 적응하는일. 말들이 튀어나오거나 새어나오지 않도록 마음을단단하게 다지는 일. 그러니까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영위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매일 반복하는 일. 그건 애실이 평생 노력했으나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던, 현서로 인해 잠시 잊었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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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드레스가 우아함이라는 목적에 도움이 되는것은 단지 고가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가함도표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입은 사람이 비교적 큰가치를 소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아무것도생산하지 않고 소비한다는 것도 입증한다.

맞춤복 시대는 부유한 고객이나 유명인이오트쿠튀르의 신작을 누구보다 빨리 입었고, 일반 여성은 뒤늦게 잡지나 신문에서 유행정보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차에 따른 서열이생겼습니다.

우리는 몸을 장식품으로 꾸미거나 속옷으로변형하거나 때로는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의복은인상으로서의 신체에서 생기는 불안을 진정하게 하는것이라고 와시다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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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만개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박지숙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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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가끔, 모래와 당신이 서로를 마주 보는 일도 일어난다.
그 순간 모래와 당신은 서로를 낯선 순간 속에 붙든다.
이 시공간과 이 화폭 속에 오래도록.
결국 느린 숨을 쉬게 될 것이다.

-책이 뭔지는 아니?
-종이로 된 거요. 직사각형이고요. 넘길 수 있고, 금지됐어요.
-금지된 적은 없어. 책을 금지할 필요는 없었지.
미라 아주머니가 큭큭 웃었다. 아주머니의 손에서 반투명한 밀가루 반죽 같은 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럼 왜 사라진 거죠?
-다들 못 견뎌했거든. 그게 요구하는 시간을 말야.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냥 멀뚱히 서 있었는데, 불쑥 아주머니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어깨에 얹으려는 것처럼 내밀었다가, 반죽이 묻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주머니는 허공에 손을 멈췄다.
-그런데 너 잘못 알고 있구나.
-뭐가요?
-책은 종이가 아니야.
-그러면요?
-직사각형이 아닐 수도 있지. 심지어 어떤 책은 못 넘겨.
읽을 수도 있고 넘길 수도 있지만 들을 때도 있지. 그저 놓여만 있기도 하지. 형태를 갖춘 물질일 때도 있지만, 그냥데이터 조각일 때도 있지. 그렇다면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잘 구성된 하나의 생각?

현재 파티클은 증식을 거듭한 결과사모나 지표면 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의 분자구조에 침투하여 물질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파티클에게 내재된 증식의 본성은 인류의 유산이자 지구 생물종의 유산이며, 부인할 수 없는 생명의 근본적 존재 원리임을 받아들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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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내일하는 사이
임봉근.임다운 지음 / 안온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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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아이가 엄마 성을 따르는 것이 우리 집안의 가풍이란다. 혹시라도 불만이 있거든 너도 나중에 알아서바꾸거라.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 역시 가풍이란다."

안 사귈 거라면서 나이는 왜 속인 걸까. 여시는 죽지 않는다. 단지 늙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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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 국립국어원 상담실 연구원의 365일 노동기
이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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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을 잘 지키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맞춤법을 이유로 마음이 멀어지거나 소통이 단절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글자가 곧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글 너머에 있는 마음을 조 금만 더 믿어 준다면, 맞춤법은 서로를 가르는 선이 아니라 이어 주는 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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