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뭔지는 아니?
-종이로 된 거요. 직사각형이고요. 넘길 수 있고, 금지됐어요.
-금지된 적은 없어. 책을 금지할 필요는 없었지.
미라 아주머니가 큭큭 웃었다. 아주머니의 손에서 반투명한 밀가루 반죽 같은 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럼 왜 사라진 거죠?
-다들 못 견뎌했거든. 그게 요구하는 시간을 말야.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냥 멀뚱히 서 있었는데, 불쑥 아주머니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어깨에 얹으려는 것처럼 내밀었다가, 반죽이 묻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주머니는 허공에 손을 멈췄다.
-그런데 너 잘못 알고 있구나.
-뭐가요?
-책은 종이가 아니야.
-그러면요?
-직사각형이 아닐 수도 있지. 심지어 어떤 책은 못 넘겨.
읽을 수도 있고 넘길 수도 있지만 들을 때도 있지. 그저 놓여만 있기도 하지. 형태를 갖춘 물질일 때도 있지만, 그냥데이터 조각일 때도 있지. 그렇다면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잘 구성된 하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