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만개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박지숙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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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모래와 당신이 서로를 마주 보는 일도 일어난다.
그 순간 모래와 당신은 서로를 낯선 순간 속에 붙든다.
이 시공간과 이 화폭 속에 오래도록.
결국 느린 숨을 쉬게 될 것이다.

-책이 뭔지는 아니?
-종이로 된 거요. 직사각형이고요. 넘길 수 있고, 금지됐어요.
-금지된 적은 없어. 책을 금지할 필요는 없었지.
미라 아주머니가 큭큭 웃었다. 아주머니의 손에서 반투명한 밀가루 반죽 같은 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럼 왜 사라진 거죠?
-다들 못 견뎌했거든. 그게 요구하는 시간을 말야.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그냥 멀뚱히 서 있었는데, 불쑥 아주머니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어깨에 얹으려는 것처럼 내밀었다가, 반죽이 묻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주머니는 허공에 손을 멈췄다.
-그런데 너 잘못 알고 있구나.
-뭐가요?
-책은 종이가 아니야.
-그러면요?
-직사각형이 아닐 수도 있지. 심지어 어떤 책은 못 넘겨.
읽을 수도 있고 넘길 수도 있지만 들을 때도 있지. 그저 놓여만 있기도 하지. 형태를 갖춘 물질일 때도 있지만, 그냥데이터 조각일 때도 있지. 그렇다면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잘 구성된 하나의 생각?

현재 파티클은 증식을 거듭한 결과사모나 지표면 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질의 분자구조에 침투하여 물질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파티클에게 내재된 증식의 본성은 인류의 유산이자 지구 생물종의 유산이며, 부인할 수 없는 생명의 근본적 존재 원리임을 받아들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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