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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온 손님 ㅣ 그림책 보물창고 5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 지, 그리고 생명이 다해서 죽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지 수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으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티벳의 어느 산골 평범한 나무꾼의 이야기이다.
티벳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달라이라마의 나라이고 불교국가이다.
그래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에 불교의 윤회사상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답을 알려주는 분은 누구라고 칭해지지 않고 다만 목소리의 울림이라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다거나, 무신론자인 독자들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종교가 없는 우리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종류의 책이 바로 종교적인 색채가 진한 이야기들인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따로 윤회사상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 참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은 밤마다 밤하늘을 쳐다보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지만 자라서 나무꾼이 되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는 죽어서 어두운 듯하면서도 아주 밝은 장소에 도착하고 목소리의 물음에 천국이 아닌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나무꾼의 눈앞에 펼쳐지는 우주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자신을 향해 노래하는 바람개비 모양의 은하계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태양계, 지구, 인류, 나라, 부모를 선택하고, 마지막으로 성별까지 선택하여 다시금 높디높은 티벳 고원, 어느 깊은 골짜기, 작디작은 마을에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소녀로 태어나게 된다.
전문가가 아닌 나에게 책 고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책 고르기 기준을 다름대로 정하는 데, 믿을 수 있는 출판사나 유명한 작가를 우선 순위에 두고 고른다.
이 책은 2004년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로 칼데콧 상의 영광을 안은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이다.
가끔은 유명한 상을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 책은 작가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작은 크기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벅참으로 다가온다.
그림도 현생은 액자형의 그림으로 오밀조밀하고 내세의 모습은 웅장하고 장엄해서 우리가 우주에 한가운데 있는 듯 싶다.
아들 둘을 키우다보면 예쁘고 좋은 날도 있지만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애들을 낳아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결혼해서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였지만 처음 대면했을 때의 그 기쁨을 잊고 아이에 마음을 후비는 미운 소리를 하기도 하고, 엄마에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고약스럽게 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기쁨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저 우주 끝에서 우리의 은하계의 초대를 받고, 태양계의 손짓에 따라 푸른 지구별을 그리고 황인종을 선택하고, 아리랑 춤을 추는 우리나라에 이 내세울 것 없는 부모에 초대에 기꺼이 응해 준 내 아이들이 고맙고도 고마웠다.
세상사는 게 힘들 때면 나는 왜 이 나라, 이 땅에 농부에 딸로 태어나 이렇게 힘들게 사는 가 싶어 누군 지도 모르는 그 분을 향해 원망도 했었다.
나를 기쁘게 초대해준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리고, 그 분들의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던 것도 잊고 살았었다.
내가 이 땅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천국의 자리를 택하지 않고, 인류가 아닌 다른 것을 택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지 우연이 아니였던 것이다.
{나무꾼은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들로부터 한껏 넘쳐 흐르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는 나무꾼에게 소리쳤어요.
"얘야, 이리 오렴! 어서 우리 아이가 되렴!"
그때 나무꾼은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한 아버지의 미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한 어머니의 미소도 보았습니다.
"바로 저 분들이 나의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의 사랑하는 부모에게 소원해지고 나의 귀여운 아이들에게 미운 마음이 생길 때면 나를 초대해준 부모님에 사랑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자신감에 아이들을 초대했던 나를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