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줄무늬 바지 보림 창작 그림책
채인선 지음, 이진아 그림 / 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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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들 옷은 오래 입힐 양으로 제 치수보다 훨씬 더 큰 걸 사 몇 번씩 접어 입혔다.

그 시절 어른들도 몸에 딱 맞는 옷이 맵시 있고 예쁘다는 걸 모를 리는 없었지만 그렇게 접어 몇 년씩 입다 동생에게 물려줘야 했기에 언제나 낙낙한 옷을 사주곤 하셨다.

그러다 보니 제일 막내 동생이 입을 때면 팔꿈치며 무릎에 질긴 헝겊을 덧대기도 하고 바짓부리, 소맷부리는 닳고 닳아 다른 천을 대다보니 전혀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동생들이야 새 옷 못 얻어 입어 입이 튀어 나오고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형의 옷을 물려 입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대였다.

요즘이야 아이들 옷은 낡거나 닳아서 못 입는 경우보다는 작아져서 못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족이 단출한데다 귀한 자식에게 남에 옷 가져다 입히기 꺼리다보니 물려 입는 다는 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해빈이 엄마가 해빈이 일곱 살 때 동대문에서 사온 빨간 줄무늬 바지에 토끼띠인 해빈이를 위해 귀여운 토끼 인형을 달아준다.

해빈이와 두 해 가을을 함께 보낸 빨간 줄무늬 바지는 막 일곱 살이 된 동생 김해수의 바지가 되어 해수가 좋아하는 딸기 단추를 새로 달게 된다.

유치원에 갈 때도 갔다 와서도 벗지 않았던 빨간 줄무늬 바지는 한 번의 봄과 한 번의 가을을 해수와 보내고 다음 아이인 사촌 동생 김형민의 바지가 된다.

김형민이 바지일 때는 축구공 모양의 천을 덧대 입다 작아져 해수 친구의 남동생인 이종익의 바지가 된다.

바지를 입었던 아이들은 점점 자라지만 빨간 줄무늬 바지는 해빈이 엄마의 남동생의 딸인 채슬아의 바지가 된다.

슬아가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된 빨간 줄무늬 바지는 처음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빨간 줄무늬 바지는 다섯 아이들의 개성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가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다.

조금은 낡은 느낌의 재생용지(?)를 사용해 물려주고 물려 입는 옷의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심스 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를 기억해 낸 아이들은 요셉 아저씨의 낡은 오버코트가 작은 단추가 된 이야기를 읽으며 즐거워했던 것처럼 김해빈 옷이 세월이 지나 다시 봄이의 차지가 되는 걸 보며 즐거워한다.

우리 아이들도 큰 집 형의 옷을 물려 입는다.

여름옷은 너무 자주 빨고 햇빛에 바래 작은 아이까지 못가지만 겨울옷은 거의 새거나 마찬가지라 큰 아들이 입고 작은 아들까지 물려 입고 있다.

다행인 건 두 아이 모두 물려 입는 옷을 싫어하지 않는다.

특히 큰 아들은 매장에 가 이것저것 입어보는 걸 싫어해 더욱이나 물려 입는 형 옷을 더 좋아한다.

아나바다 운동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더라도 한 아이 한 아이 바지와 함께 커가며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정리해 재활용 상자에 넣었는데 이제라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옷 하나쯤은 남겨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있는 인형 때문에 오랜만에 바느질을 해 보며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또 하나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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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많은 분들이 저를 자극하네요^^

비로그인 2008-07-1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