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멈출 수 없다 -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
멜린다 게이츠 지음, 강혜정 옮김 / 부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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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멀린다 게이츠가 쓴 첫번째 에세이. ‘이 책에는 어떻게 하면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멀린다의 치열한 고민과 해결책, 이를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기득권층일수록 스스로가 가진 특권을 인지하란 쉽지 않은 일인데, 멀린다는 이를 인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세계 반대편에서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공감‘한다. 아, 나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멀린다가 주목한 것은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면 국가를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지위를 높이면 교육 수준, 고용률, 경제 성장률을 비롯한 건강한 사회의 지표들이 올라간다. ‘배제되어 있던 집단을 포함시킬 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그래서 멀린다는 가족 계획(피임약), 조혼 금지, 여성 교육 등 여성을 위한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이는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장에서 그녀가 직접 부딪히고 겪은 내용들이 각 챕터마다 생생하게 수록되어 있다. 멀린다와 재단이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상황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더 나은 대안책을 찾아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성을 도와야한다. 여성의 지위를 높여야한다. 가부장제는 그 누구에게도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와 당신과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 시킬 수 있다는데,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데, 이래도 모른척하겠는가! 필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한다.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함께 읽는다면 금상첨화겠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게이츠‘를 보면서 빌과 멀린다의 재단 사업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빌 게이츠만을 조명하고 있어 재단 사업에서 멀린다가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되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는데, <누구도 멈출 수 없다>를 통해 멀린다의 목소리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이 책을 이 시기에 만나게 된 것 또한 내게는 큰 행운이다.



책의 초반에 멀린다는 자신을 ‘열렬한 페미니스트‘라 인정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취약함과 실수를 드러내는데도 주저함이 없는 용감한 모습!) 아, 과연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만 한다. 이 기회를 빌어 적는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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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와 크레이크 미친 아담 3부작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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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을 읽고 이 기세를 몰아 마거릿 애트우드 전작 읽기에 도전해보겠다며 야심차게 구매한 미친 아담 시리즈 3부작.(민음사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예쁘장한 만듦새에 반해 세 권 모두 제법 두께가 있어 독서를 미루고 있다가 이제서야 첫번째 권인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읽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디스토피아 소설은 철저히 현재에 기반한다. <오릭스와 크레이크>또한 현재 진행중인 환경 파괴, 인구 증가, 생명 공학의 발전과 윤리, 자본주의의 횡포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데까지 밀고나간 소설이다. 유전자 조작이 무궁무진하게 가능해진 시대에서 모든 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소설에는 신장이 여러개이거나 머리가 없는 동물이 등장하며 영상물을 통한 쾌락 소비는 일상이다. 이런 설정들은 너무나 경악스럽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경고다. 가장 나쁜 쪽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소설에서는 현재 ‘눈사람‘과 과거 ‘지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지미는 인류가 거의 멸종한 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눈사람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그리고 눈사람이 된 그에게는 신인류 ‘크레이커들‘이 있다. 크레이커들은 친구이자 유능한 유전학도인 크레이크가 만든 이들이다. 크레이커들에게는 교묘함도 눈속임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기능적으로 우수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들에게서 인간성이 결여되어있다고 느꼈다. 인간성이란 무엇이냐 하면 수많은 말을 덧붙일 수 있겠지만, 글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기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 2권과 3권을 마저 읽어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저자의 다른 저작들이 그렇듯 <오릭스와 크레이크> 또한 어마어마하게 치밀하다. 실제로 꼼꼼한 고증이 바탕이 되었다고 하니 그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원작이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그때보다 지금 세상은 더 나아졌는가 생각해보면 바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지금 2020년의 세상은 지옥을 향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같다. (나의 세계만 지옥인가!) 그러나,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은, ‘더 나아져야만‘ 한다. (정혜윤PD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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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 ARCHITECT (잡스 - 건축가) - 건축가 : 빛과 선으로 삶을 그리는 사람 잡스 시리즈 3
매거진 B 편집부 지음 / REFERENCE BY B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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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의 세번째 단행본 <잡스-건축가>. 에디터, 셰프에 이어 이번에는 건축가다. 일곱 편의 인터뷰와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건축이라는 분야가 나에게는 다소 생경하여 읽고 소화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를 읽으며 인터뷰이의 작업물들도 함께 찾아보았는데, 직접 눈으로 건축물을 확인하며 인터뷰를 읽으니 이해도 빠르고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



잡스 시리즈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간 소식이 들리면 득달같이 구매해 읽는 것은 결국 이 시리즈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 권당 한 가지 직업을 테마로 두고 있지만, 인터뷰집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 그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인터뷰이가 가진 일에 대한 태도와 신념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여러 직업을 넘나들며 나 자신과 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묘미가 있는 시리즈다.



특히 이번 <잡스-건축가>에서는 인터뷰이들 모두 사람 간의 관계와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건축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거주하거나 사용하는 공간을 짓는 일이므로 사람을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작업을 위해서는 건축가와 의뢰인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인터뷰들을 다 읽고 나니 건축이라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결국 이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을 심미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었는데(˝예쁘군! 대단하다!˝), 각각 특색있는 건축가들의 인터뷰들을 읽을수록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군.) 공간은 때로 사람의 행동을 지배한다. 특히 네임리스 건축의 삼각학교를 찾아보면서 공용 공간과 틈새를 활용해 자유롭게 놀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상생과 지속가능성. 앞으로 집중해서 찾아보고 싶은 키워드들이다.



한 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계속해서 들춰보며 건축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더 배우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책. 다음 잡스 시리즈가 기대되는 이유다.



덧. 오늘 들른 카페에서 우연히 다른 손님 테이블에 놓인 <잡스-건축가>를 발견했는데, ‘이 책 너무 좋지 않나요?‘ 하고 주접떨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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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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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마니아로서 받아들고 환호의 비명을 질렀던 책, 정혜윤 작가의 <아무튼, 메모>! 외출시마다 다이어리와 아이디어 노트, 필사 노트 등 굳이 무거운 노트들을 꼭 챙기는 사람으로서 메모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었다. 게다가 저자가 정혜윤 PD라니. 그의 책들은 나의 독서 생활에 큰 지침이 되어주었음은 물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느 쪽이 변화의 편이야?‘를 묻고 나아간다던 그의 말은 읽은 이후 줄곧 마음에 새기고 있다. (<깨끗한 존경> 인터뷰에 수록되어 있다.)



총 2부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메모의 의미와 가치, 메모와 관련된 일화들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저자의 메모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기록은 하되 기억은 못하는 사람이라, 저자가 인용하는 수많은 책 속의 구절들을(전작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며 읽었다. 그러나 내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른 부분은 보르헤스의 기가막힌 문장도, 마거릿 애트우드의 어마어마한 시도 아니었다. 바로 ‘메모는 삶을 위한 예열 과정이고, 가장 좋은 것은 삶으로 부화해야 한다‘는 문장에서였다.



결국 저자가 메모를 빌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더 나은 삶‘이다. 저자가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그가 스스로의 실수와 한심함을 인지할 때마다 ‘그러므로 더 나아질 수밖에‘ 없음을, 세상의 온갖 불합리함과 슬픔을 목격할 때마다 ‘그러므로 세상은 더 좋은 모습이어야‘ 함을 주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서도 메모도 전부 ‘더 나은 삶‘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선언은 나로 하여금 ‘나는 왜 기록을 하는가‘, ‘나는 왜 책을 읽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했는데,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너무나 초라했다. 나는 나를 위해서 읽고 기록한다. 아, 이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함을 안다. 일단은 더 나은 내가 되는데 힘쓰도록 하겠다.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순간의 고양된 감정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정혜윤의 책은 항상 나를 배우게 한다. 독자를 능동적인 행위자로 만드는 힘이 있는 책. <아무튼, 메모>가 바로 그런 책이다. 메모에 관한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마어마한 밑줄과 메모를 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덤! 이 책을 <아무튼, 술>이래로 가장 즐겁게 읽은 아무튼 시리즈의 책으로 선정한다. 도장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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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3-2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전자책으로 샀는데 님 리뷰 보니 종이책으로 살 걸, 후회중이랍니다.
 
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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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렌커의 소설은 치열하다. 분량면에서도 어마어마하지만 가장 독보적인 것은 소설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집요하고도 맹렬한 힘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종종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 압사까지는 아니어도 기절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이번에 번역 출간된 <작렬지>는 ‘자례‘라는 허구의 도시가 향촌에서 대도시로 승격되기까지의 일대기를 숨가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례‘가 대도시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쿵씨 가문의 둘째 아들 쿵밍량의 인생을 함께 따라가며 보여준다. 쿵밍량이 어떻게 촌장 자리를 얻어내고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켰는지가 600페이지동안 아주 숨가쁘게 진행된다. 그 중심에는 한 개인의 욕망이 있다. 물론 마을의 발전은 유흥업소와 기타 향락시설이 있기에 가능했고 온갖 로비와 뒷돈이 있기에 가능했다. 소설의 처음에는 ‘다 함께 우리 마을을 발전시켜서 자랑스러워하자‘던 쿵밍량은 점차 개인의 권력만을 탐하는 인물이 되어간다. 사실 쿵밍량과 그의 아내인 주잉, 형제인 쿵밍광, 쿵밍야오, 쿵밍후이를 비롯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다 기능적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들이 개개인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거대한 서사에 등떠밀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따로 애쓰지 않았지만 인물보다는 소설의 흐름에 집중하며 읽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혼란스러운 오늘날 중국에서 삶에서도 보이지 않고 대지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친 뿌리‘를 포착하고자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는 ‘규칙과 과정이 목적으로 대체된‘ 오늘날의 중국을 그려내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많은 독자들이 예상하겠지만, 옌렌커의 다른 몇몇 책들과 마찬가지로 <작렬지> 또한 중국의 현실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어 금서로 지정될 위기를 겪었다고. 현대 중국의 가파른 성장이, 휘황찬란한 대도시들과 황량한 볼모지의 공존이, 그 밖의 모든 기이함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조금은 답이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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