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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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이면 돌아오는 기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올해 작품집은 유독 한 편 한 편이 크게 느껴졌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솜씨도, 작가노트에 담긴 단상들도 아주 진한 핫초코같았다. 무겁고 진득하지만 달콤해서 계속 마시게 되는 핫초코. 심사평에 이르러 서영채 문학평론가의 ‘대단한 공력이 느껴졌다‘는 표현을 읽고 ‘내가 느낀게 이거였어! 역시 문학평론가는 다르다.‘하고 생각했다. 딱 그거다.



이번 작품집에는 강화길의 ‘음복‘을 필두로 최은영, 김봉곤,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의 작품들이 수록되어있다. 작품집을 읽다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다. 일곱편 모두 작가들이 각각의 스타일로 공력을 쏟아부은 작품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책을 내지 않은 이현석, 장화원 두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는데 정말 놀라웠다. 꼭 기억해두었다가 첫 책이 출간되면 놓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래도 작품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대상 수상작인 ‘음복‘은 몇 번을 읽어도 놀라운 작품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19>를 통해 처음 읽었던 작품인데, 이번에 새로 읽으며 그 때는 이 소설의 진가를 제대로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부장제 내에서의 권력 관계, 무지와 앎, 그것의 재생산 그리고 스릴러를 방불케하는 스산함까지. 직접 보고 자란 제삿날의 일화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경험을 했는데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챈 나의 눈치가 얄미워질 지경이었다. 소설을 쓰는 건 멋진 일이라는 작가의 말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와 장희원의 ‘우리(畜舍)의 환대‘도 특히 놀라운 작품이었다. 어떻게 놀라운 작품들인지는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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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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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고드는 김혜진 작가의 첨예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몇 번이고 재개발이 무산된 달동네 남일동은 주민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곳이다. 주민들은 남일동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길 하나 건너기만 하면 중앙동인데도 남일동과 중앙동은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는다. 두 동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분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구분선이다.



주인공 홍은 운좋게 어렸을 때 남일동으로부터 탈출했다. 이는 홍의 아버지가 경매로 싸게 구매한 집이 중앙동에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홍은 두 세계 사이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따돌림당하는 직장 동료를 돕다가 표적이 되어 퇴사를 감행한 서른 남짓한 홍. 그녀는 다시 남일동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우연히 새로 이사온 주혜와 딸 수아를 만나면서부터다. 처음에 주혜는 적극적이고 명랑한 태도로 삶을 꾸려가는듯 보인다. 그러나 재개발과 과거 직장에서의 문제가 불거지며 주혜 또한 서서히 ‘남일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일동 사람들 중 한 명‘이 되어간다. 홍은 이 모든 과정을 주변인으로서 겪는다.



<불과 나의 자서전>은 홍이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남일동의 그림자를 제대로 마주보게 되는이야기다. 동네에 드리운 것으로도 모자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잠식해버린 그림자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남일동이 재개발된다면 그림자는 사라질 수 있을까?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어디에 속했는지의 여부로 나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 아득하다. 이 책을 읽는 나는 그로부터 자유로운가? 무력해진다. ‘영웅 없는 이 소설의 패배(해설 중에서)‘는 소설 속 인물들을 비롯해 이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의 패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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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언어 -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지음, 이한이 옮김 / 윌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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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추구하는 것을 속물적이라고 여기는듯하다. 그러나 각자 가진 기준이 다를지라도 진정한 부는 자신의 영혼을 가꾸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호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부자의 언어>는 부란 무엇인지, 부를 가지는 것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부터 어떻게하면 부에 이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풀어낸 책이다. 정원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형식의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해라’식의 자기계발서를 불편하게 여겼던 나도 이야기로 풀어낸 조언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요즘은 부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되는 것이며 어쩌다 잭팟 터지듯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한 듯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부를 원하면서도 정작 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희생도 하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인간은 현실에 안주할 때 무기력해진다.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다.



1인분의 삶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경제적으로도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처럼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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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기 - 당신이 두고 간 오늘의 조각들 카페 소사이어티 1
이미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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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카페에서 4년간 바리스타로 일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은 에세이 <카운터 일기>. 일상 속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카페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단골 손님, 쫓아내기도 쫓아내지 않기도 애매한 노숙자 손님, 착하지만 일머리 없는 동료……. 무엇보다 나이도 직업도 전부 다른 이들이 카페라는 공간에 모인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손님과 바리스타가, 혹은 손님들끼리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도 그렇고. (돌이켜보면 나도 카페를 통해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카페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카페 일 또한 만만치 않다. 나 또한 수년 전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그 고충을 알고 있는 터라 몇몇 일화는 남 일같지 않았다. (인터넷만 쓰고 사라지는 손님이라던지) 그래서인지 자신의 해야할 일을 꿋꿋하게 해나가는 저자의 프로페셔널함이 더욱 돋보였다. 카페 일을 해 본적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루틴처럼 자주 가는 카페들만 계속 가는 편이라 이 책을 읽으며 단골 카페들 생각이 자주 났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스몰 토크는 잘 못하는 손님이지만 제가 그 공간 정말 많이 좋아해요! 카페 최고 커피 최고 이 책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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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글로 배우는 남자들 이야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 <브로맨스 북클럽>.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개빈이 아내 세아의 이혼 요구에 얼이 나가있자, 그의 친구들이 개빈을 북클럽에 초대한다. 로맨스 소설을 통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일단 로맨스 소설을 소재로 하는 로맨스 소설인만큼 빠르게 읽힌다. 재미도 있다. 내내 자신의 일에 골몰하느라 아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는 물론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지도 몰랐던 개빈. 그는 소설 ‘그의 벌거벗은 백작부인‘(...)과 북클럽의 도움으로 그간의 과오를 하나씩 깨닫는다.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개빈과 친구들은 감정을 드러내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남자들은 모두 얼간이‘(51p)라며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북클럽을 시작한다.



결국 이 책 또한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로맨스 소설이지만 관계의 본질에 대해서도 지나가듯 이야기한다.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다루어내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진실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라, 다 파괴해버려!‘를 백만번쯤 외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혼이라는 건, 관계라는 건, 사랑이라는 건 복잡한 것일테니.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웃기고 섹시한‘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들지도! (덧. 19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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